삽질정권의 꼼수가 바뀌었습니다.
전통적 레파토리였던 색깔론에 기반한 음모론(반미세력, 반정부세력에 의한 선동)이 먹히질 않자 이제는 집회 참가자들의 중심이 여고생들인 것을 이용, '연예인들에게 휘둘리는 철없는 고등학생들' '확인되지 않는 괴담들 고등학생들 중심으로 유포' 등의 흑색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인들보다 사법처리에 대한 공포감과 부담감이 훨씬 더 큰 고등학생들의 여린 마음을 노려 '촛불집회 불법으로 변질, 참가자 사법처리' 쪽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보통 단일 이슈에 대한 대규모 시위 지속기간은 길어봤자 3주입니다. 여중생 추모시위도, 탄핵 반대시위도 맨 처음 언론에 이슈화가 된 이후 3주째에 가장 많은 참여인원을 보인 후 그 다음 주부턴 서서히 사그라들었습니다. 헌데 이번 시위의 주축이 고등학생이라는 특성상 이명박 정권의 공갈에 아직 미성년인 고등학생들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주 참여인원이 저번 주보다 적어지면 이번 시위의 동력은 급속히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고등학생들이 일으킨 이 촛불들을 꺼뜨리지 않고 지속시킬 수 있는 길은 이제 어른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주와 달리 훨씬 많아진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고등학생들은 용기를 얻을 것이고, 조중동과 딴나라당의 '연예인들과 인터넷 괴담에게 휘둘리는 철 없는 고등학생들의 일탈적 행동'으로 이번 시위를 규정짓는 프레임도 박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정세가 바뀌었으니 이 글을 읽는 시민광장 회원님들도 지난 주와는 다른 좀 더 큰 적극성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주에 못 가보셨다면 이번 주엔 꼭 가보시고, 지난 주에 혼자 가셨다면 이번 주엔 지인들과 함께 가시고, 지난 주에 지인과 함께 가셨다면 이번 주엔 같은 지역, 같은 참여광장 회원님들과 손 맞잡고 함께 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깃발금지, 돌출행동금지는 지난 주와 동일한 불문율입니다. (촛불시위현장에는 '깃발부대 조심'이라는 플랜카드도 심심치 않게 보이더군요. 자신들의 순수한 마음을 특정 정치세력에게 이용당하지 않으려는 고등학생들의 마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시위의 중심이자 시발점은 고등학생들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것은 이명박 정권 출범 2개월의 최대 피해자이자 체험자가 고등학생들이기 때문이지 결코 몇몇 연예인이나 괴담에 현혹돼서 그들이 나온 게 아닙니다. 고등학생들은 이미 인수위 시절부터 영어몰입교육, 0교시 수업부활, 학원영업제한시간 폐지, 전국 일제고사 부활등 한계에 다다를 정도로 이명박 정권의 무한경쟁 청소년 학대 교육정책에 내몰렸습니다.
그러다 이제 광우병 소고기 수입으로 인해 '이렇게 죽도록 친구들과 경쟁하며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봤자 결국엔 학교급식에 나오는 광우병 소고기 먹고 몇 년 후에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버리는 것 아니냐?'라는 절망과 분노에 내몰린 것이지요. 거기에 투표권이 없는 자신들이 왜 이명박 정권 출범의 최대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지, 왜 대체 투표권 있는 어른들은 이런 개념 없고 사악한 정권에게 나라를 내맡겼는지에 대한 의문과 분노가 더해져 이번 시위에 유독 고등학생들의 참여가 많은 것 같습니다.
지난주 시위에서 자신을 학원 강사라고 밝힌 어떤 분이 집회에 모인 학생들을 훈계조로 가르치려 드는 장면을 보면서 저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지은 죄로 말미암아 고통받고 있는 학생들입니다. (저는 이명박에 대항할 유일한 필승카드 유시민을 통합신당의 대선후보로 만들지 못한 우리의 책임도 정말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하고 있는 학생들입니다. 그래서 저도 이번 시위에 죄인의 심정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이명박 정권의 출현을 막지 못한 죄인이자, 민주정권 10년 동안 대학을 다니며 어릴 때에는 선배들에게, 나이 들어서는 후배들에게 자신들의 책무를 떠넘기고 단 한 번도 주체가 되어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해 본 적이 없는 '88만원 세대'의 일원으로써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