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광장 시즌2, "조금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말 하니 명박스럽긴 합니다.^^ 대표가 안건을 올리면 그 안건이 모두 의결되는 줄 알고 계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대표와 집행부가 갑자기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뚱딴지같은 안건을 강요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말씀드리면 시민광장 대표와 집행위원장은 전회원 투표를 통해 뽑힌 직선대표입니다. 그렇다고 상층부니 주도권이니 그런 권위적이거나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건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오히려 8000 시민광장 회원들을 대신해서 심부름 해주는 심부름꾼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대표님께서 이번 안을 올린 건 대표가 가지고 있는 막중한 책임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님의 이번 제안은 지금 처한 시민광장의 상황과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서 모든 회원분들과 함께 소상히 토론해보자는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이리로 가야하니 따라와라!(?)" 가 아닙니다. "지금 시민광장의 현실은 이러이러 합니다. 회원 여러분! 시민광장이 앞으로 잘 가기 위해서는 이러이러한 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고 주장하기 위해 안건을 올리는 겁니다. 대표님의 안건보다 더 좋은 안건이 있다면 얼마든지 또 다른 길에 대해 올려 주시면 그 안건도 역시 토론해 볼 수 있는 겁니다. 여기까지는 혹시 있을 수 있는 오해에 대한 해명성 글이었고요.
오늘은 대표님과 집행부가 시민광장 온라인 대토론회를 통해서 시민광장 시즌2를 제안하게된 두 번째 이유에 대해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이 안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한 건 4.9 총선이 끝난 후 4.13 대구 낙선인사 이후 부터입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그런 갑작스런 안이 아니고 근 한 달 동안 충분히 고민하고 올린 기획안입니다. 대구 낙선 인사에서 유시민 의원님께선 당분간 정치를 안 하시겠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 시기가 1년이 될 지 아님 2년이 될 지 오로지 유시민, 오직 그 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대표님과 집행부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앞으로 시민광장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가? 지금 현 상태 그대로 그냥 갈 것인가? - 저는 그냥 가면서 해결책을 만들자는 쪽에 기울어 있었던 편입니다.(이건 지난 번 글에서 말씀 드린 적이 있지요.) 시민광장의 룰 모델은 노사모 + 서프라이즈 라는 사실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두 조직의 장점을 절묘하게 융합해서 기가 막힌 사이트 구조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만들어 가면서 장점의 극대화만 생각한 건 아닙니다. 단점 또한 누구보다 잘 아는 분들의 한결같은 고민들이 있었습니다. 그건 그동안 7년 정도 인터넷상에서 온갖 것들을 다 경험하신 분들의 말입니다. 그 단점이 가진 공포!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그동안 우리가 이룩해 놓은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인터넷 정치 사이트들의 생리는 끊임없이 어떤 정치적 담론을 생산해 내지 못하면 내부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인해 그 조직의 근간이 무너졌다는 사실입니다. 아마 그간 노사모 내부의 분열이나 그 외 사이트 내부에서의 여러 가지 일들을 아시는 분들은 다들 아실 겁니다. 이 경우는 예외가 없었지요.
시민광장이 그동안 다른 인터넷 사이트들과는 달리 단결력이 좋앗던 이유는 '유시민' 이라는 정치인의 성공을 위해 팬클럽 차원에서 모인 조직이었다는 겁니다. 내부의 어떤 문제나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도 한 지향점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유시민 의원님이 던지는 메시지나 그 분의 도전에 항상 함께 하기 위해 그 도전이 자신들의 주장이나 생각과는 다르더라도 결집력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자 그럼 생각해 봅시다. 유시민 의원님은 몇 일 있으면 현실 정치에서 퇴장하십니다. 그럼 당연히 언론으로부터 조명도 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분을 위해 아니 그 분의 정치적 성공과 우리의 꿈을 위한 어떠한 일도 같이 없어집니다. 그럼 게시판상에서 앞으로 어떤 담론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요? 오프에서는 어떤 주제를 가지고 모여 어떤 동력을 가지고 움직일까요? 바로 이런 겁니다. 유시민 장관님의 부재가 가지고 올 치명적인 약점은 게시판상에서 생성해낼 담론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오프에서 만나더라도 주제가 공허해진다는 겁니다.
그럼 남는 건 뭐가 있냐면 "니가 잘했니!, 내가 잘했니!" . "니는 뭐가 좋고!, 너는 뭐가 나빠!" 이런 이전투구만 남는다는 사실입니다. 솔직히 말해 집행부에서 지금 게시판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일들을 미리 어느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분란이 여기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예전에 다른 싸이트에서 없었던 것도 아니고 예전부터 인터넷상에 모인 조직에서는 늘 있어 왔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란을 극복하기 위해서 만나서 해결해라. 서로 예의 갖추고 글을 써라. 서로 조금만 양보해라. 이런 공자님같은 논리로 극복이 안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워낙 개성이 강하고 자기 주장이 뚜렷한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접으라고 하는 건 어찌 보면 "이 바닥을 떠나라!" 라고 말하는 것과 같을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집행부로써는 이런 단점들을 극복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과 의무감을 안 가질 수 없는 겁니다.
그럼 어찌 해야 할까요? 어떤 길이 노사모나 기타 사이트가 그동안 겪은 그런 내홍들을 피해갈 수 있을까요? 정말 머리 쥐나게 고민했고, 가슴속으로부터 울려 나오는 소리를 들으려 깊은 사념에도 잠겨 봤습니다.
결론은, "담론을 생산해내야 한다." 였습니다.
유시민 의원님께서 그런 담론을 잠시 생산해내지 못하는 시기에 우리 내부의 역량을 키워서 우리 스스로가 우리가 할 이야기를 만들어 내자는 겁니다. 우리 스스로가 이룩해야 할 공동의 목표를 만들어서 그 목표를 동력삼아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움직여 보자는 겁니다. 이것이 사이버 실험 정당을 하고자 하는 취지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유시민의 정치적 부재로 인해 기존 언론에서 우리 유시민 장관님을 외면할 걸로 예상되기에 정식 법인의 언론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유시민의 행적이나 유시민의 가치에 대해 언론으로써의 담론을 생산, 편집, 배포해 내자는 겁니다. 시민 채널을 가동해서 시시각각 유시민의 행적을 소개하고, 그가 하는 강의나 특강을 생중계 내지 녹화 방송을 해주고, 사안마다 시민 기자를 통해 유시민 의원님을 인터뷰하거나 그의 동지들의 행적을 소개 시켜주는 이런 언론을 만들고자 하는 겁니다.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어떤 시스템으로 어떻게 만들 것인가? 에 대해서는 계속 토론해 나갑시다. 차후 대표님이 제안한 안건에 대해서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함께 머리 맞대고 토론하면서 하나씩 만들어 나갑시다.
끝으로 우리가 원하는 유연한 진보에 대해서도, 유연한 진보를 표방한 당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그런 세력들이 연대하고 모여 있는 곳이 있어야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이 좀 길어지면 따분하지요. 오늘은 여기까지 줄이겠습니다. 다음 기회에 다시 이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