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생활정치의 시작
2002년도에 불어닥친 노무현의 바람, 그로 인해 생긴 수만 명의 생활정치인들, 그들의 염원과 열정, 그리고 희생이 밀알이 되어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아마 2002년 이전에도 생활정치인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생활정치라는 말의 의미가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부분을 훨씬 더 많이 담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얘기하길 난닝구라느니 자판기라느니 하며 각 지역에서 돈에 의해 움직이고 지역향우회를 통해 가동되는 그런 조직들을 뜻했지만, 이에 반기를 들어 진짜 자기 돈 자기 시간 써가며 우리 손으로 깨끗한 대통령을 만들어 보자고 모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노사모와 개혁당 그룹이었지요.
2 - 생활정치인의 희생
2002년도에 모인 생활정치인들 중에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고 적극적인 동력이 되었던 부류는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회사원들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생활 하랴 생활정치에 전념하랴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시기였지요. 이런 와중에 난닝구들과 후단협들의 노짱 흔들기에 분노했던 다수의 사람들은 유시민의 그 유명한 화염병을 들고 바리케이드 앞에 서는 심정으로...와 똑같은 마음으로 회사 일보다 노짱 일에 더욱 매달리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어떤 이들은 회사를 그만두고 노짱 선거를 위해 올인하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선거에 너무 올인하다 보니 회사일에 소흘해지고 그러다 회사에서 잘리는 사람도 속출합니다. 그리고 사업장을 돌봐야 하는 사람들도 사업장보다는 선거에 올인해서 사업을 말아먹는 이들도 나오고 가정에도 소홀히 해서 가정불화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생깁니다.
또한 지방에 계신 분들이 분연히 일어나서 어느 분은 포장마차를 끌고 전국을 돌며 희망포장마차 장을 만들고 어느 분은 서울 캠프에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하던 일을 접고 서울로 올라옵니다. 이런 생활정치인들의 자기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노짱의 기적을 만들 수 있었고 그런 분들의 열정이 생활정치인의 모범처럼 보였습니다.
3 - 일부 생활정치인의 타락
사실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하면 정말 길어질 것 같습니다. 원인이 참 많이 있었지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누구의 잘못이 가장 큰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라치면 글 잘 쓰시는 분이 책으로 한 권을 내도 될 정도로 복잡한 문제지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동지였던 사람들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어야 했고 또한 비난을 들어야 했던, 지금 생각해도 기가 막힌 시절이 있었습니다.
모니터에 써질러지는 그 광폭한 글들의 향연을 보며 눈물을 흘려야 했고, 그런 상처가 가슴 속 깊이 사무치다 보니 용서할 수 없는 적에 대해 저주하는 글들로 그 당시 게시판은 난도질 되었었지요. 다양한 원인이 있었지만 여기서는 그런 다양한 원인 중에 2번에서 이야기한 생활정치인의 희생과 그에 따른 보상심리, 그리고 희생의 대가로 얻고자 했던 여러 가지들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의 사람들은 밥벌이 수단으로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살길을 도모하다 어떤 단체도 만들고 어느어느 정치인들의 밑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했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변절한 사람들이 얻고자 했던 보상이 물질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어떤 것이 그들로 하여금 궁물 소리 들어가며 원칙이 없는 자들이라는 비난을 들어가며 취하려고 했던 것들이었을까요?
그건 아마도 나와 우리의 희생으로 얻어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이라는 자부심이 차기 포스트 노무현도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극히 일차원적이고 유아기적인 욕구가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러기에 그 당시 가장 힘이 세고 가능성이 많았던 정동영에게 원칙도 없이 노선도 없이 올인을 하며 그들 스스로가 노짱의 등 뒤에 비수를 꽂는 죄를 저지르고 말았던 겁니다.
4 - 언제까지 생활정치인에게 "희생"을 강요할 것인가?
저를 비롯해서 시민광장에 직함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일반 회원들보다 조금은 많이 봉사를 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일부 분들은 생활정치단체의 직함을 맡은 분들에 대해 더 많이 희생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비판도 하고 아쉬워도 합니다.
일례로 단체의 대표님에 대한 비판의 상당 부분이 대표로써 많은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하십니다. 그리고 분쟁이 생겼을 경우 분쟁 대상자 분들을 찾아다니며 조절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런 지적들을 많이 하십니다. 어찌 보면 강한 리더십이나 정치력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시는 거 같습니다.
시민광장도 마찬가지지만 여러 비슷한 단체의 대표님들은 상근직이 아닙니다. 그러니 당연히 회사에서 돈을 벌어야 가정을 꾸릴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생활정치를 하시는 분들의 거의 다가 이런 상황이지요. 그러다 보니 행사가 있을 시기에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저처럼 총각이거나 아니면 개인 사업장을 운영하셔서 시간 내기가 자유로운 분들은 대표 정도 되면 그 정도의 자기 희생은 감내해야 하는 거 아니냐 라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생활정치인의 원칙 중 하나는 과거처럼 생활정치에 열중해서 개인적인 일을 그르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기에 생활정치의 기본정신은 대표나 기타 앞에서 이끌어가는 분들의 모자람과 부족함에 대해 비판하기 이전에 그 부분을 회원들 스스로가 감싸주고 모자람을 채워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과거처럼 더 많이 희생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비판만 한다면 아주 잔인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5 - 시민광장 속의 생활정치
'유시민을 믿고 지지하는 참여시민 네트워크' 시민광장.
우리 시민광장의 슬로건이지요. 여기서 참여시민모임, 단체, 운동본부 등등 여러가지 단체명이 있지만 굳이 네트워크라는 단체명을 쓴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시민광장의 기본소통의 장은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집니다. 온라인상에서의 소통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하는 생황정치의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네트워크상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정치가 뿌리를 내릴 수 있다면 그만큼 참여하는 사람들의 폭도 넓힐 수 있으며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의 노력도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을 겁니다.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참여정치의 가장 큰 목표 또한 아고라나 마이클럽처럼 인터넷 바다의 거점을 점령하고 참여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문을 개방하고 그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방을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네트워크 광장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네트워크 시민광장 중앙운영위원회에서의 소통의 문제입니다. 저 또한 중앙운영위원회의 일원으로 그동안 게시판상에서 문제제기를 해주시는 분들의 한탄과 아쉬움을 많이 들었고 알고 있습니다.
제14조 (토론) 중앙운영위원회는 온라인 회의(실시간 채팅회의 혹은 일정기간 댓글회의)가 원칙이며 필요한 경우 대표 혹은 집행위원장이 오프라인 회의로 개최할 수 있다.
위의 문구는 시민광장 운영규약 4장 14조에 쓰인 규약입니다. 여기서 굳이 회의를 온라인상에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문구로 적은 목적이 어디에 있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시민광장은 네트워크를 기본으로 한다는 원칙에서일 겁니다. 그리고 전국에 살고 있는 운영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게 참 어렵기 때문일 겁니다. 오프라인으로 회의를 하려고 한다면 시간과 차비 그리고 식대 등 어떤 경우라도 개인적인 부분에서 적지 않은 희생을 감수해야 합니다.
결국 온라인에서 회의를 하는 것이 중앙운영위원 분들의 편의라든지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온라인상에서의 회의가 가지는 소통의 어려움, 솔직히 이건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거나 운영위원 분들이 책임이 있다 이런 식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안건에 대해서 글로써 토론과 회의를 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자칫 잘못하면 내가 쓴 글이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읽힐 수도 있고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운영위원님들이나 대표 등등 그전에 이런 식의 회의를 해 본 경험이나 노하우가 없어서 생긴 해프닝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운영위원회의 기능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 논의를 해봐야 할 거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건 집행위원회에서 사업을 추진할 때 기본적으로 운영위원회에 허락을 맡고 시작한다는 개념부터가 오해를 살 빌미를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허락이 아닌 동의나 협조의 차원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집행위원회가 이런 사업을 추진합니다. 각 지역의 운영위원님들 이런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여러가지 동의를 해주시고 도움을 주십시오. 이런 차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비단 집행위원회 뿐만 아니고 부산광장이던 광주광장이던 어떤 사업을 추진할 때 각 지역광장 대표님들과 온라인상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동의도 구하고 도움도 구하고 이런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중앙집행위원회나 지역에서 말도 안 되는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면 강력하게 제재를 하거나 반대를 하는 기능 또한 중요하겠지요.
결국 중앙운영위원회의 소통의 기본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바탕을 이루고 집행위원회나 지역이 사업을 추진할 시 우리 지역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우리 지역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까 이런 자세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글을 쓰다보니 A4용지로 4장 정도가 되는군요.
이렇게 길게 글을 쓰는 이유는 어느덧 시민광장이 생긴지 1년이 넘었고 저 또한 집행위원장을 시작한지 8개월이 지나간 시점에서 스스로 생활정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어찌하다 앞에서 이끌어가는 사람의 입장이 되다보니 그동안 어려움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답은 믿음과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함에도 그런 믿음과 신뢰를 주지 못한 지도부의 잘못이 가장 크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신뢰받는 집행위원회가 되었다면 여러 분란 없이 일이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에 보다 나은 시민광장을 만들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에 대해서 회원 여러분들과 많이 토론하고 좋은 방안을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