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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죄송합니다... / K2 Tours
여러분 죄송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컴퓨터 관련 일만 해왔습니다. 여행업의 '여'자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케이티여행사에 들어와서 닥친 현실은 어떻게든 기사회생을 하려면 저라도 직접 뛰어야 한다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알게된 여러 진실은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글의 중심이 사장님이 아닌 웹담당자 저인 점, 미리 사과드립니다.
케이티여행사는 전형적인 패키지관광 여행사였습니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일년에 한번은 등장하는 일명 '옵션투어' 를 진행하며 저가 여행상품을 진행하는 형태의 여행사였습니다. 6월 11일, 광고철회 공지가 나갔습니다. 무섭게 몰아닥치던 전화공세가 두려웠던 사장님의 결정이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 기회를 전화위복으로 삼고 싶은 이면도 있었습니다. 전형적이고 비정상적일지도 모를 패키지 여행상품을 접고, 네티즌(인터넷으로 상품 검색, 구매를 하는 모두를 일컫겠습니다.)을 상대로 하여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오늘 하루, 이번 한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하고, 언제까지 이런 비정상적인 판매행태가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매출이 없고 자금 압박에 시달려도 그런 이유들로 사장님 또한 제게 많은 기대를 하셨고 또한 의지하셨습니다. 관련업에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던 저로서는 남들보다 덜 자고, 덜 놀면서 스스로 발로 뛰어 알아내고 혼자 연구하는 방법밖에는 없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잘 된다면 저에게도 당연한 보상이 있을테니 힘들지 않았습니다. 여행상품에, 진행에 불만이 있으셨던 분들께는 머리숙여 사죄하면서도 사무실에서는 재발방지 노력을 위해 문제의 당사자들과 좋지 않은 관계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일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답사차 동행하면 그래도 저를 알아봐주시고 먼저 인사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힘내라고 격려도 해주시고... 원래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던 성격이라 그랬는지 아무리 몸이 피곤하고 힘들어도 여러분과 함께 한 시간들이 제겐 너무 아쉽고 짧았습니다. 가벼운 눈빛 교환으로도 마음이 통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계기들로 개인적으로 친해진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그래서 저는 더욱 행복했습니다. 내 마음대로 전화해서 넋두리라도 할라치면 모두들 경청해주시고 위로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더 괴롭습니다.
어제 오늘 게시판에 다시금 올라오는 글들을 보고 긴 밤을 뜬눈으로 보냈습니다. K2 여행사가 뭐길래, 이념이 뭐고 개념이 뭐길래 이토록 열광하고 지지하고 호소를 하는가를 고민하느라 밤을 새웠더랬습니다. 듣도보도 못했던 이런 여행사가 어떻게 이 시국의 중심에 서게 되었는지, 왜 지지를 보내는지에 대해서 여러분도 저와 같은 생각이라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보통의 관념과 가치관에 반하는, 혹은 이성적으로 판단조차 할 수 없는 특정한 세력.. 그런 무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려 시작된 광고중단 요청임을 알고 있습니다. 실제 그런 행동이 일부 결실을 맺은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도 듭니다. (모 신문사의 광고료가 절반까지 줄어든 점을 보면 말입니다.) 수많은 지지를 해주시는 여러분들과 사장님, 저의 공통된 생각은 '픽션인지, 넌픽션인지' 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기사를 싣던 언론에 대한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거라 생각합니다.
찌라시에 굴복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8월 15일... 공교롭게도 촛불 100일이 되는 날이고 광복절입니다. 이 날, 케이티여행사 광고가 보수신문(중앙일보)에 재개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자본주의의 경제원리만큼은 거스를 수 없음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말씀드렸던 패키지여행 전문회사는 아주 소자본으로 창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물품의 중간 유통업체에서 막대한 자금(광고료 등)을 동원해 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케이티여행사도 그런 여행사 중 하나입니다. 광고중단을 하고 실제 어려웠던 부분은 인터넷 일반상품의 매출 부진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따로 광고를 한 것도 없이 일주일에 한대, 두대씩 전세버스차량이 운행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들의 노력, 여러분들의 힘이었습니다.
사장님이 버틸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 중간 유통업체의 압박이었습니다. 채권추심 법적진행 경고,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로 사정하여야 하던 순간이 케이티여행사를 힘들게 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앓는 소리조차 저는 하기 싫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수많은 보이지 않는 분들께서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좋은 일을 하고도 드러내지 않으신 분들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유통업체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행사가, 무슨 배짱으로 돈도 갚지 않고 광고내서 영업할 생각도 않는지... 언젠가 저와 사장님 둘이서 사무실에 앉아 했던 이야기 중에 '이 업체들 빚만 없어도 패키지여행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방법이니 접어버리고 싶다'고 하신게 기억납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해소해 보려 투자자를 찾는 등 제가 제 나름대로 해볼 수 있는 방법은 다 해보았습니다.
컴퓨터 일만 하던 저도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타 여행사 상품개발, 연구, 홈페이지 수정, 개발관련 진행, 상품 디자인, 상품 상담, 답사... 인터넷 쇼핑몰 구성을 위한 여러 증명서류들 발급 업무, 주문접수 처리 등... 그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송충이가 솔잎을 먹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느 하나 제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끝처리가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질책을 하시는 분께는 죄송하다 말씀밖에, 격려해 주시는 분들께는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세금왕국입니다.
그래도 죄라면 여기서 태어난 것 밖에 없고, 싫다고 바꿀 수도 없으니 순응하고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넷으로 영업을 하고, 세금계산서, 영수증을 발행하면 모든 '자료'들이 노출됩니다. 물론 그게 正道이며 대부분은 그렇게 영업을 영위합니다.
56,000원짜리 대관령 코스에 30명이 차서 출발하는 경우 예를 들자면, 식대, 차량대금, 관광지 요금 등을 공제한 총 마진은 약 25만원 정도입니다. 그 돈이 순수마진이 아니라, 부가세를 공제하게 됩니다. 1,680,000원에 대한 168,000원을 징수당합니다. 혹자는 차량 지입대금, 기타 관광지 등에서 받는 영수증, 세금계산서로 공제 해나가면 안되나 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다들 영세업체이고, 세금계산서 발행 자체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10%의 부가세는 그대로 저희 여행사 부담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거기에 법인세가 마진의 13% 입니다.
많은 분들이 노심초사 하며 출발을 고대하는 이런 상품이 겨우 30명이 모여 출발케 되면 여행사는 차량 한대당 7만원 남짓한 돈을 손에 쥐게 됩니다. 물론 30명이 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행보를 지켜봐 오셨듯이 그런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30명이 안되어도 출발 확정시킨 적도 있습니다. 그건 순전히 제 고집이었습니다. 그렇게라도 출발시켜서 올려지는 '여행후기'가 광고효과를 낸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가격을 올리지 않냐고 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여행사 입장에서 본다면, 그리고 영업적 측면에서 본다면, 타 업체와 경쟁이 되어야 합니다. 비슷한 코스, 똑같은 코스에 똑같은 내용으로 최소가격을 맞출 수 없다면 이미 경쟁에서 뒤진다는 것은 명백한 일일 것입니다. 편법을 동원하지 않는 한, 현상태로 영업을 한다는 것은 자멸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아침에 사장님과 잠시 이야기했습니다.
간밤에, 그리고 오늘 낮동안 갑자기 찾아주시는 여러분들로 또 한번 고민을 하게 되었지만, 결론은 광고재개 밖에는 없었습니다. 곁에 있던 저는 말릴 구실조차 이젠 없었습니다. 광고재개를 하지 않으면 시쳇말로 '집달' 당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것은 사장님과 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여행사로 인해 먹고 살던 센타, 유통업체, 그리고 차량기사, 가이드 등 수많은 사람의 생계와 직결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두달동안 정말 힘들게 버텨온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힘들어도 조금만 더 무리를 해서라도 보수신문에 광고가 나가는 날에 경향, 한겨레 등의 진보신문에도 같이 광고를 내 달라고 사장님께 부탁드렸고, 그렇게 하시기로 결정하셨습니다. 저 또한 잘난 것 없지만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내고 싶었습니다.
모든걸 직접 맡아 한달간 이끌어 봤습니다.
광고 철회를 했던 대기업과 저희는 근본부터 다릅니다.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이 보는 신문은 저희에게 '생명줄'인 것입니다. '정말 그정도일까...' 저도 믿지 않았습니다. 광고를 내면 정말 그렇게 효과가 있을까 반신반의 했습니다. 하지만 평일 경쟁업체에서 30대 가까운 버스가 운행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전화가 와서 왜 광고를 내지 않냐는 어르신의 항의 아닌 항의도 받았습니다. 3월 25일부터 6월 10일까지 운행했던 패키지 여행의 장부를 제가 보고 있습니다. 언젠가 나왔던 한달 보름간 150여대 분의 손실이란 말은 차라리 축소된 것이라 감히 말씀드립니다.
현실은 우리의 이상, 우리의 이념, 우리의 개념과는 너무 동떨어져 냉혹하단 것을 한번 더 실감케 되었습니다. 자본이 있다면, 돈이 있다면 이런 저런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그저 가만히만 있어도 문제가 될 것이 없는데...
또 한번 늘 나서서 설치던 웹담당자의 주절거림도 죄송합니다. 여러분께서 그토록 바라시던 '개념의 상징'을 지켜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