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촛불집회에 대한 평가 문제인가?
한미 쇠고기협상으로 점화된 촛불집회가 6월 10일을 기점으로 그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5월 2일 일부 여중,고생을 시작으로 밝혀진 촛불은 한달여 동안 대한민국의 미래를 환하게 밝히는 거대한 횃불로 타올랐으며 6월 10일 그 절정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탄압과 보수언론과 수구세력의 반론, 내부적인 문제 등으로 그 동력을 잃어갔으며, 여름휴가, 올림픽 등을 거치면서 촛불은 서서히 꺼져가고 있다. 이제 60여일 간의 촛불집회가 남긴 의의와 문제점, 대안에 대한 의미있는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촛불집회의 의의
의제설정의 민주화 가능성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한민국 정치권의 문제는 한마디로 표현을 하자면 "대의민주주의의 한계와 위기"라는 부분에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정치권이 국익보다는 당리, 당략에 집착하고 국민의 분열을 조장하여 자기권력의 영속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지만, 이를 견제하고 심판할 수 있는 국민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 이러한 문제를 부채질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촛불집회는 이러한 국민의 역량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웹2.0으로 대표되는 환경의 변화에서 수동적으로 정부의 정책을 수용하기만 했던 국민이 스스로 의제를 설정하고 정부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진정한 주권자로써 국민의 가능성을 정부를 포함한 정치권 전면에 표명함으로써 정치권을 견제, 심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할 것이다.
적극적인 정치참여의 가능성
이번 촛불집회가 그간의 촛불집회와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큰 점이 계층과 이념, 지역을 넘어선 전 국민적인 참여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기존의 촛불집회가 이념과 지역이라는 고질적인 한계 내에서 작동한 것이라면 이번 촛불집회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 할 것이다.
특히 그간 정치에서는 주변인이었던 젊은 세대와 주부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발현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 할 것이다. 즉 많은 국민이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아니 관심의 차원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함으로써 향후 정치권의 변동을 예고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언론질서의 몰락 가능성
지난 수십년간 대한민국의 여론을 주도적으로 형성하고 주도해왔던 일부 보수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의 변화도 주목할만 하다. 어쩌면 이번 촛불집회의 가장 큰 희생물이 이명박 정부나 딴나라당이 아닌 보수언론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보수언론의 영향력 약화는 향후 정국의 변화를 예고한다는 측면에서 기득권의 위기감으로 연결됨은 분명해 보인다.
촛불집회 이후 보수언론에 대항했던 네티즌과 시민단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이고 전방위적인 탄압의 움직임이 그들의 문제의식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정국에서 그들의 영향력이 예전과 같지 못함으로써 앞으로의 정국변화는 이전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이 새로운 정치세력에게는 호기로 작동할 개연성이 높으며, 정국의 지각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발화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촛불집회의 한계
이와 같이 한국정치의 근간을 흔들수 있는 다양한 문제의식을 제공하고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촛불집회가 가지는 의의는 결코 작지 않지만 그 한계 또한 분명히 나타났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촛불집회가 절정을 거치면서 동력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그 한계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정치세력의 부재
아마 촛불집회의 한계를 논의하면 가장 일감으로 떠오르는 것이 촛불집회에서 분출된 국민의 요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부재했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진보는 정치세력으로서의 그 존재의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몰락했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객관적인 사실이다. 민주당의 보수화, 민노당의 분열과 총선 패배 등으로 진보진영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들의 주장을 대변하고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 적었다는 점은 치명적이었다.
싱크탱크의 부재
많은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촛불집회는 그 구성 면면상 하나로 통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애초에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아고라를 중심으로 국민의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었지만 보수세력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에 그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물론 최초의 한미 쇠고기협상에 대한 문제의식이 광우병 위험성에 의해 촉발된 바가 크다. 하지만 이러한 광우병 위험성의 문제를 30개월 이상과 이하라는 월령의 문제로 몰아가려는 정부의 대응에 대해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추가협의 발표로 촛불집회의 원동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었다.
만일 어떠한 집단이나 세력이 미국 쇠고기 안정성의 문제를 정부가 제기하는 월령의 문제가 아닌 검역주권의 문제등으로 대항하여 국민을 설득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상황은 변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또하나 촛불집회의 인원이 늘어가면서 주최측(?)의 오판으로 성급히 의제를 확대한 부분도 촛불집회를 뒤받침할 싱크탱크의 부재과 그에 따른 정국형태의 오판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치이슈화의 실패
촛불집회가 정점에 이르었를 때 촛불민심을 표출할 수 있는 정치적인 수단이 없었다는 점도 촛불집회의 민심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던 하나의 이유이다. 물론 이 문제가 촛불집회가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라 칭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즉, 원래 정치스케쥴이 정해져 있는 상황을 국민의 의지로만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 자체가 촛불집회가 가지는 한계라 주장한다면 무리한 면이 없지 않다는 이야기다.
만일 이러한 촛불집회가 지방선거나 총선을 앞두고 일어났다면 상황의 전개가 달라질 수 있으며, 정부나 정치권의 대응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이번 촛불집회의 외적인 한계가 분명해진다. 이러한 상황은 임기 동안 특별한 선거스케줄이 없는 이명박 정부 내내 반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일부에서 주장이 되고 있는 국민투표 발의권의 확대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촛불집회와 시민광장
이제 앞서 논의한 촛불집회의 의의와 한계를 생각하면서 시민광장의 역할이나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고민해보아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시민광장의 역할은 다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민주시민 양성 인큐베이터
시민광장은 한 정치인의 팬클럽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민광장에 올라오는 수많은 게시물을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유시민 전 의원과 관련된 글의 조회수나 추천수, 댓글이 많은 반면 사회적 이슈를 다룬 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음을 잘 보아왔다.
물론 이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유시민 전 의원의 정치활동이 수많은 제약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민광장의 존재 여부에 대한 문제가 대두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새로운 시민광장의 역할에 대해 모색해 보야야 한다.
나는 그 대안의 하나로 "건전한 민주시민 양성 인큐베이터"로써 시민광장의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광장 자체의 역량으로 싱크탱크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민광장의 운영상에서, 게시판의 글을 통해서, 오프모임을 통해서 건전한 비판의식을 가지는 민주시민의 양성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새로운 정치세력을 위한 든든한 지지세력의 결집
이번 촛불집회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새로운 정치세력의 부재였다. 따라서 시민광장은 새로운 정치세력이 출현했을 때 그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든든한 지지세력으로 자리잡아햐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시민광장 스스로 그 결속력을 강화시키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난 총선 이후 침체되었던 시민광장의 동력을 만들려는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가 지지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범을 도와야 한다. 이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이 지역광장과 참여광장의 활성화 문제이다. 물론 232개 지역광장이 모두 창설되어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인정해야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곳은 광역광장이다. 이는 아직 시민광장 내부의 역령이 기초광장까지 모두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증거이다. 물론 고양광장처럼 자체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하는 기초광장도 있지만 어쩌면 이는 유시민 전 의원의 지역구라는 특징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한계가 있음도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현재의 기초광장을 광역광장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