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낮에는 짬을 내어 수업에 하나 들어가 청강을 하고 왔습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지은이 조지 레이코프 교수의 '마음, 언어 그리고 정치'라는 수업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이 질문하면 교수는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이었습니다.
때가 때이니만큼, 지금 펼쳐지고 있는 미국의 대선 정국이 화제가 되어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학생들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며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
때로는 고개를 끄덕여가며, 때로는 책에서 읽어본 듯한 내용 같기도 하여 졸음이 오기도 하는 한 시간 반 짜리 수업을 듣던 중에, 기대하고 있던 귀에 솔깃한 한마디는 수업의 끝자락에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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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정책이나 이슈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후보자의 캐릭터입니다. 가치, 인간적 유대, 진정성, 신뢰, 정체성과 같은 것들이 중요합니다. 흔히 사람들은 합리적인 이성에 따라 생각한다고 믿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18세기 계몽주의자들이 그렇게 말했고, 우리가 그렇게 쓰여진 책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
레이코프는 최근 쓴 칼럼에서도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 페일린에 대해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The Palin Choice and the Reality of the Political Mind)-원문보기(클릭)
페일린의 경험이 부족하다던지, 외교문제나 국내의 이슈에 무지하다는 것, 여성 문제에 관심이 없고 그보다는 낙태 반대 법안을 실현하는데 관심이 있으며, 여러 가지 복지제도에 대해서도 무감각하며… 등등등. 그래서 외부적인 현실에 대해서만 민주당원이나 그 지지자들이 반응하는 것에 대해 그는 우려합니다.
오히려 그보다도 보수적인 가치를 지키는 가부장적인 가정의 엄마, 강인한 면모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일을 잘 해왔으면서도 다섯 아이를 키웠듯 규율이 바르고, 다운증후군이 있는 아이에 대해 낙태를 거부하는 것과 같이 자신의 가치에 헌신하는 점 등에서 보여지는 그녀의 이러한 이미지를 경계해야 한다고 그는 말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이런저런 현실 속의 사실들보다도 페일린이 상징하는 이러한 가치라는 것이죠.
화제를 돌려, 이제 곧 민주주의 2.0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구체적인 날짜도 정해진 듯하고요. 지난 7월의 단박인터뷰 천호선 대변인의 말이 생각납니다. (인터뷰 전문 바로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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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 한편으로는 노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 2.0이라는 작업을 지금 준비 중이시기 때문에 그것과 연계돼서 아마 이런 추측들이 또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천 / 민주주의 2.0은 인터넷을 잘 아시는 분은 다 아는 얘기지만 웹 2.0 시대에 맞게 토론의 장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각종 사회적 토론의 주제를 네티즌 스스로가 정하고 네티즌 스스로 토론을 이끌어 나가고 스스로 결론을 만들어 사회적 합의를 이뤄 나가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그런 민주주의를 위한 시스템이 제공됐으면 좋겠다, 온라인 토론 공간을 만들고 싶다 라는 꿈을 옛날부터 갖고 계셨습니다. 그걸 실행하는 것입니다.
김 / 민주주의 2.0이 의도는 어떤지 모르나 현실정치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되지는 않을까요.
천 / 2.0의 개념은 그겁니다. 운영자가 주인이 아니라 참여하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겁니다. 쉽게 얘기하면, 거기서 어떤 의제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는 그건 철저하게 참여하는 네티즌의 몫입니다. 아고라에 사람들이 모여서 의견을 모아서 움직이지만, 다음 사장이 그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마찬가지이죠.
김 / 다음 사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무래도 좀 다르겠죠.
천 / 아무래도 물론 좀 더 호감을 갖고 있는 분들이 들어오시겠죠. 그러나 또 적대적인 분들도 또 의식적으로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런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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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2.0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요? 숨기고 쉬쉬한다고 가려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솔직한 생각을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아고라에서 사람들이 뜻을 모은다고, 다음 사장이 책임지는 건 아니니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은 그렇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일종의 정당 모델이 아닌가 하는 것이죠. 아무도 내놓고 그렇게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계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참여정부 시즌 2: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앞으로의 작업을 통해서, 우리는 준비된 대안세력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이 작업에서는 정책과 이슈라고 하는, 주로 이성을 통해 호소력을 갖는 것들이 큰 부분을 차지하겠지요.
이제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더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그 준비된 대안세력은 대다수 양식 있는 시민들과 서민들의 편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또 널리 알려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들의 마음을 잡는 것이라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란 꼭 머리를 통해 호소한다고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니까요.
실력을 갖추어가면서 또 사람들의 마음을 잡는 것, 이 두 마리의 토끼를 어떻게 하면 모두 잡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