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唐津)의 지명은 삼국전쟁 당시 당나라 함대가 들어왔다는 데서 유래됐다는 얘길 들은 적 있습니다. 제가 살던 둔전동(屯田洞)도 다르지 않아서 병자호란 때는 청나라 군대가, 임진왜란 때는 일본 군대가, 6.25 때는 북한군(중공군)과 국군(미군)이 교대로 주둔했다더군요. 밭에 군대가 주둔한다고 해서 둔전동이라데요.
지금이야 분당지역이 평지가 됐지만 예전엔 얕은 산이나 언덕이 좀 있었습니다. 경부축선에서 남쪽으론 야트막한 배뫼산, 동으론 남한산성 자락과 탄천, 서로는 청계산을 낀 꽤 큰 평지죠. 그래선지 비행장이 들어서기 전에도 탄천 옆 샛개울을 끼고 군대가 있었고 그걸 확장해서 공군비행장이 들어서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군인들이 땅보는 눈은 변한 게 없나 봅니다. 일종의 군대 명당자리란 얘깁니다.^^*
가끔 생각나면 구글이나 맵토피아 같은 걸로 찾아보곤 합니다. 저기 저 활주로 이맘치가 우리 집이었구나...
요즈음 롯데 문제로 말이 많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군대는 옮길 수 있어도 어쩌구 한 이후로 롯데의 고층건물 허가 이야기가 많습니다. 급기야는 활주로를 트네 마네 이야기부터 공항을 이전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더군요. 서울공항 이전은 제가 어릴 적부터 국회의원 후보들의 단골메뉴였습니다. 모두들 핏대 올려서 한마디씩 합니다. "제가 당선이 되면~~~" 하지만 누구도 약속을 지킨 사람은 없었습니다. 왜일까요? 약속을 지킬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서울공항은 한강 이남의 최북방 전술공항입니다. 지대지 미사일을 제외하곤 애초에 타격이 불가능한 지역에 위치한 곳으로 세곡동 쪽에서 진격하는 것 외에는 산과 천으로 둘러쌓여있기 때문에 공방이 어렵습니다. 더구나 청계산이 바로 옆에 붙어있어 육상 전력이 들어올 때에는 먼저 청계산부터 점령해야 합니다. 근데 청계산 높습니다. 해발 618미터죠. 공략하기 쉽지 않습니다. 자연조건이 군 기지로 적합하달까요? 군사적 가치가 그만큼 중요한 자리였을 것입니다.
서울공항에 대한 기사를 찾다가 재밌는 것을 봤습니다.
제2롯데월드 허용해주나? / 매일경제
제2롯데월드 건립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성남비행장(서울공항) 성격과 역할을 조정해 대형 수송기 등 선회공간이 많이 필요한 군항공기의 이ㆍ착륙은 수원 원주 서산 등지의 군 비행장을 대체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선회공간이 넓지 않아 초고층 빌딩 건립에 따른 안전 문제가 없는 소형 항공기의 이ㆍ착륙은 계속 성남비행장에서 이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성남비행장의 이전 방안은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헌데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공항에 도대체 수송기를 빼면 어떤 기체를 사용한다는 얘기지? 안그래도 어렸을 적 전투기 발진하는 소리에 잠이 깨곤 했는데 요즘은 전혀 모르겠더군요. 비행기가 뜨기는 하는건지... 해서 찾아봤습니다.
서울공항 근처 많이 시끄러운가요?
<전략> 제가 공군을 나왔거든요... 서울 공항은 주로 수송기가 뜹니다... 전투기는 가끔... 착륙하는 정도고요... <중략> 그만큼... 서울공항은 공군에서는 김해만큼... 수송기가 많이 뜨고 내립니다... <후략>
웃기는 얘깁니다. 수송기 위주의 공항에서 수송기를 빼면 뭘 띄우겠다는건지... 해서 이번엔 군사공항의 성격과 역할관련 법을 찾아봤습니다. 군용항공기지는 세가집니다. 전술항공작전기지, 지원항공작전기지, 예비기지.
군용항공기지법 제08022호 2006.10.4
① 기지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개정 1992.12.2, 1997.12.17>
1. 작전기지
가. 전술항공작전기지
나. 지원항공작전기지
2. 예비기지
② 기지의 구역은 비행장과 비행안전구역 및 기지보호구역으로 나눈다.<개정 1992.12.2>
헌데 중요한건 비행안전구역이네요. 바로 밑에 나와있더군요.
제4조 (비행안전구역의 구분과 그 기준)
비행안전구역은 기지의 종류별로 구분하되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다만, 지원항공작전기지중 헬기전용작전기지의 비행안전구역은 국방부령으로 정한다.<개정 1997.12.17>
1. 전술항공작전기지
<중략>
나. 제2구역(접근경사표면)은 기본표면 양끝의 짧은 변 바깥쪽에 연접한 구역으로서 기본표면 양끝의 폭 600미터를 짧은 변으로 하고 그 짧은 변으로부터 7,620미터의 거리에 있는 2,438.5미터의 평행선(활주로중심선의 연장선에서 양쪽 밖으로 각각 1,219.25미터)을 긴 변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사다리꼴형안의 구역으로서 기본표면의 짧은 변에 접하고 바깥쪽 상부로 향하여 50분의 1의 경사도를 이루는 구역으로 하며, 이를 도시하면 별표 1의 제2구역과 같다.
<중략>
2. 지원항공작전기지 및 예비기지
가. 제1구역(장애제거구역)은 활주로 양끝에서 밖으로 각각 60미터의 거리에 있는 직선과 국방부령이 정하는 활주로 등급에 따른 폭으로 이루어지는 직사각형안의 구역으로 한다.
나. 제2구역(접근경사표면)은 기본표면의 양끝 짧은 변 바깥쪽에 연접한 사다리꼴형의 경사진 표면으로서 국방부령이 정하는 길이와 경사도를 가진 표면으로 한다.
다. 제3구역(전이표면)은 기본표면의 긴 변과 제2구역의 경사변에서 바깥쪽 상방 7분의 1의 경사도로 수평표면과 접하는 표면으로 한다.
라. 제4구역(수평표면)은 활주로중심선 양끝 지점을 중심으로 국방부령이 정하는 반경을 가지는 원호들과 그 접선으로 이루어진 표면으로서 기본표면 중심선의 높이중 가장 높은 점을 기준으로 하여 수직상방으로 45미터의 높이를 이루는 수평한 표면으로 한다.
마. 제5구역(원추표면)은 수평표면의 외측 경계선으로부터 바깥쪽 상부로 20분의 1의 경사도로 국방부령이 정하는 수평거리까지 연장한 표면으로 한다.
1. 전술항공작전기지의 비행안전구역을 그림으로 표시하면 이렇게 됩니다.

그러니까 현재 서울공항은 1. 전술항공작전기지인데 (아마도 2번 영역과 3번 영역에 걸리는 거 같음) 이것을 2. 지원항공작전기지 및 예비기지로 탈바꿈하겠다는 얘깁니다. 참고로 이렇게 바꾸면 비행안전구역과는 별도로 기지보호구역은 비행장 경계로부터 5,000미터에서 2,000 미터로 확 줄어듭니다. 맵토피아에서 찍어보니까 서울공항 최북단부터 롯데월드까지 대충 5,000미터더군요. (작도를 하실 수 있는 분께서 위 조건들을 보고 비행안전구역을 비교그림으로 만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헌데 2. 지원항공작전기지 및 예비기지는 죄다 국방부령으로 정해진다네요. 그래서 또 찾아봤습니다. (실제로는 시행규칙에 들어있습니다.)
군용항공기지법시행규칙
제5조 (접근경사표면의 경사도와 길이 등)
① 법 제4조제2호나목에 따른 접근경사표면의 바깥쪽 상부로 향하는 경사도는 다음 각 호와 같다. <개정 2007.10.1>
1. 계기비행방식에 의한 접근(이하 "계기접근"이라 한다)중 계기착륙시설 또는 정밀접근레이더를 이용한 접근(이하 "정밀접근"이라 한다)에 사용되는 지원항공작전기지 접근경사표면의 경사도는 기본표면의 중심선 연장 3천미터 지점까지는 50분의 1이상, 3천미터에서 1만5천미터 지점까지는 40분의 1이상으로 한다.
2. 정밀접근이 아닌 계기접근(이하 "비정밀접근"이라 한다) 및 계기접근이 아닌 접근(이하 "비계기접근"이라 한다)에 사용되는 지원항공작전기지의 접근경사표면의 경사도는 별표 4와<%생략:별표4%> 같다.
② 접근 경사표면 긴외측변의 기본표면 긴 변의 연장선에 대한 양측 확장비율은 계기접근에 사용되는 지원항공작전기지에 있어서는 100분의 15로 하고, 비계기접근에 사용되는 지원항공작전기지에 있어서는 100분의 10으로 한다.
③ 접근경사표면의 수직투영면 중심선의 길이는 계기접근에 사용되는 지원항공작전기지에 있어서는 1만5천미터로 하고, 비계기접근에 사용되는 지원항공작전기지에 있어서는 3천미터로 한다.
제6조 (원추표면의 수평거리)
법 제4조제2호마목에 따른 원추표면의 수평거리는 별표 5와 같다. <개정 2007.10.1>
여기서 중요한건 별표5의 수평거리입니다.
[별표 5] 지원항공작전기지원추표면의 수평거리(제6조 관련)
|
활주로등급 |
D |
E |
F |
G |
|
계기용(미터) |
800 |
600 |
600 |
600 |
|
비계기용(미터) |
400 |
400 |
400 |
400 |
자 드디어 지정변경 이후의 비행안전구역 거리가 나왔습니다. 활주로 등급이야 전술용이니 최고로 쳐도 800미터군요.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겁니다. 롯데빌딩 하나 들어서는 건 별 문제가 아닐 수 있는데요. 활주로를 틀자니 특혜주는 것 같고, 법을 고치려니 부담이 따르고, 제일 부담없는 선택을 했다는 게 성격과 역할을 조정한다는 건데 제가 보기엔 기지의 종류를 바꾸는 겁니다. 나머진 법에 정해져 있어서 유두리가 없습니다. 허면 기지종류를 바꿔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비행안전구역이 대폭 줄어들고 그에 따라 비행장을 포위하듯이 고층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됩니다. 건물이 한번 들어서면 그 다음에는 예전처럼 수송기가 뜨거나 제가 어렸을 때처럼 전투기가 뜨는 일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911 테러장면을 연출할 테니까요.
다시 말해 한강이남 최북단 공항으로서의 전술적 가치는 없어지는 거죠. 뭐 거의 사실상의 공항이전에 해당하는 것 아닐까 그래 생각합니다. 헬기나 연습기 뜨는 정도?
물론 이 기지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특히나 평상시에는 수송기가 이용하지만 비상시에는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다는 거 정도이고, 아마도 전술공항으로서 공중전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건 아닐까 추측해 보는 정도입니다. 미군이 들어가 있거든요.
여튼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이 대차게 추진했는데 공군 입장에서는 자존심 많이 구겼을 겁니다. 참고로 서울공항 이전문제는 참여정부에서도 줄기차게 제기됐었구요. 노무현 대통령이 공군의 요구를 받아들여 현상유지로 결론내렸답니다.
만일 서울공항이 이전된다면? 그땐 음모론 한번 써보겠습니다.
PS
네이버 답변에서 가끔 전투기도 뜬다고 했는데... 최전방 전술공항인만큼 상시 운용은 아니더라도 비상출격 전투기는 있을 것 같군요. 구글 찍어보니 수원공항은 서울공항보다 24km 남쪽에 위치합니다. 0.1초 출격시간 아낄려고 무진장 훈련하는데 이건 뭐... 주력전투기인 F-16(최고속도 마하 2.2)일 경우 32.9초 늦게 출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공군참모총장이 임기 몇 달 남겨두고 퇴역하신다는데 왠지 개운치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