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지만, 밤새 작업중이라 틈틈히 아고라 글들을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핫이슈가 "유모차 어머님들"인 것 같습니다. 그분들을 비난하며 부모 자격 운운하는 글들을 읽었습니다. 조중동을 바른 언론이라 믿고 사신 어르신들이 새벽잠이 없으셔서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자, 여러분들이 왜곡된 보도를 통해 잘못 알고 말하신다고 믿고 싶은 맘에 몇 가지 잘못 알고 계신 점들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부모가 자식을 '방패'로 삼았다?
제가 본 그대로만 말씀드리죠. 우선 가두시위를 할 때 유모차부대는 늘 인도로 행진했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있을 불상사에 대비해서 늘 예비군부대들이 보호했습니다. 이 비난을 하시면서 많은 분들이 살수차를 막은 한 어머니를 예로 드시더군요.
그날의 상황은 그랬습니다. 많은 인파들이 골목마다 경찰 측과 대치중이었다가 갑자기 서대문 쪽에서 3대 정도의 살수차가 등장하면서 시위대 인파들이 물러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날이 아마 한 시위대 분이 경찰에게 물려 손가락이 잘린 날일 겁니다.
물러나는 인파들을 향해서 계속 살수를 하며 밀고 들어왔습니다. 당연히 많은 인원이 순간적으로 뒤로 밀리니 쓰러지고 밀리고 여러분들이 다치셨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인도에 계시던 한 어머니가 그 살수차를 막은 것입니다. (그 상황이 궁금하신 분들은 유일하게 그 장면을 보도했던 한겨례 기사와 동영상을 찾아보십시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마치 살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어머님이 막으신 듯 묘사하시는데...
(기사일부 발췌)
1시 52분.
회색 살수차가 물대포를 멈췄다. 노란색 살수차와 임무교대를 하려는 듯 보였다. 그때였다. 한 30대 어머니가 유모차를 끌고 노란색 살수차 앞을 가로막았다. 경찰들이 몰려와 인도로 끌어내려 했다. 어머니는 “유모차에 손대지 마, 내 아이에게 손대지 마”라고 외쳤다. 서슬에 놀란 경찰들은 물러났다. 시민들은 “아기가 있다”며 유모차를 에워쌌다. 경찰들은 당황했다. 윙~ 하고 움직이던 노란색 살수차의 펌프엔진 소리가 멈췄다.
곧 한 무리의 전경들이 방패를 앞세우고 몰려왔다. 방패로 땅을 치며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이 “애가 놀라잖아”라고 항의했다. 어머니는 말이 없었다. 전경들은 상황을 파악하고 조금 뒤로 물러섰다.
여기서, 묻고 싶습니다.
그 어머니는 사람들이 밀리고 쓰러지는 상황에서 의미 없이 부상을 초래하면서 무모한 폭력적 진압에 어머니의 맘으로 쓰러지는 학생들을 보다가 막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인도에 있던 어머니가 유모차를 내팽게치고 막았어야 했을까요?
한겨레 기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경찰들은 오히려 유모차를 까보며 "진짜 애가 있긴 한 거야?"라며 조롱했다죠?
두번째, 아이를 그 위험한 곳에 왜 데리고 가냐?
경찰이란 존재가 평범한 시민들에게 그렇게 무섭고 위험스러운 존재였나요? 경찰이 있는 곳이 그렇게 위험한 곳입니까? 시위 현장에 있었던 분들께 묻겠습니다.그 현장에서 시위대가 아이들과 부녀자들에게 위협적이라고 느끼셨던 분들 있나요?
또 제 목격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한동안 인터넷에 많이 떠돌던 유모차에 경찰이 소화기를 뿌리는 사진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똑같이 미끼를 물었다는 듯이 부모 자격 운운하며 열들 내셨죠. 전 분명 그 유모차가 있던 길 건너편에 앉아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 유모차는 바로 제 건너편 인도에 있었습니다.
시위대요? 시위대는 버스 바리케이트 앞에 연좌중이었고, 많은 시민들이 3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화창한 토요일에 삼청동으로 나들이 나오신 분들이었구요. 그곳이 위험한 곳이었다구요?
아뇨. 전혀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빌미로 욕하셨던 분들 그곳은 분명 인도였습니다. 그리고, 화창한 오후 대낮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소화기 뿌리는 전경 옆에 전경이 든 방패를 보셨나요?
분명 고무막이 제거된 간 방패였습니다. (사진 속 전경의 방패 밑부분을 보시죠.) 법을 집행하는 자들이 자신들의 규칙을 어긴다라???
여기서 묻고 싶습니다.
그분들은 자식을 걱정하는 맘으로 그곳에 왔습니다. 그리고 혹시 있을 불상사(경찰 쪽이 가하는 거겠죠.-_-)에 대비했습니다. 저분이 위험한 곳에 있던 분이라면 다른 시위자들처럼 등을 보이고 도망가고 있어야겠죠. 저분은 처음부터 그곳에 계셨습니다.
저분의 죄는 무엇인가요? 인도에 유모차를 가지고 있는 게 불법인가요? 저것이 도로점거인가요? 아니면 저분이 시위 중이란 증거가 있나요? 팻말을 들고 있나요? 촛불을 들었나요? 위험한 곳이라고 하시면서 비난하신 분들. 그곳을 위험하게 만들고 위협을 가한 자들이 누군가요?
그날 그자리에서 경찰들이 준비하고 있던것 들입니다. 누가 그곳을 위험하게 만든 걸까요?
닭이 먼저냐 계랸이 먼저냐의 문제라구요?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공권력의 개념 문제가 우선이겠죠. 촛불을 들었든 들지 않았든 우리 모두 이나라에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국민들입니다.
자, 부모와 자식이 함께 야구장에 갔습니다. 그리고 관중석에 앉았습니다. 파울볼이 날라와서 아이에게 맞았습니다. 위험한 야구장에 데려간 부모의 잘못이고, 부모는 부모 자격이 없는 걸까요? 부모는 처벌받아 마땅한 것입니까? 왜 야구장에 비유하냐구요? 그곳은 단지 야구장 정도의 열기만이 있던 곳이었습니다.누군가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요.
전 비판이 아닌 비난을 하시는 분들이 알바나 남을 욕하는 재미로 사는 분들이 아니실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분들도 잘못된 조중동과 보수언론이 알려주는 것들이 진실인지 알고 살아가시는 순수한 분들이라고 생각하기에 이 긴 글 아침부터 적습니다.
잘못된 생각으로 자신의 맘과 입과 타자를 치고 있을 손을 더럽히고,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님들의 맘에 상처를 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유모차부대를 만들게 한 장본인이 누구일까요? 직접 보지도 경험하지도 못한 사실을 "하더라" "그러더라"라고 하면서 비난을 하는 게 괴담 아닐까요?
끝으로, 비난하시는 분들께 한가지 더 질문합니다.
유모차 어머님들을 비난하시면서 자신이 학부모라고 하시는 분들... 만약 귀하의 자녀가 친구들이 들려준 님들이 말하는 괴담이라는 것을 믿고, 학교 급식에서 나오는 미 30개월 이상의 소고기를 안먹겠다고 한다면, 님은 당신의 아이를 아고라에 쓴 글처럼 좀비, 좌빨, 반정부세력이라고 꾸짖으시겠습니까? 억지로 먹이시겠습니까?
저를 촛불을 들게 한 건 교복을 입은 소녀들의 "저희는 꿈이 있어요.위험한 소 먹기 싫어요"였습니다. 그것이 어른, 부모의 맘 아닐까요?
이곳은 자유토론방입니다. 토론은 비난이 아닌, 비판이 오가는것입니다. 이 글 역시 그냥 순식간에 뒤로 뒤로 사라지겠지만, 생각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답답한 맘에 적은 긴 글. 두서 없지만 읽어주신 분들 계시다면 감사드립니다.
그럼 모두 좋은 일요일.
제발 이 글에 공감하시는 분들은 이글이 그냥 넘어가서 사라지지 않게 복사라도 해서 더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지 않게 올려주세요. 현실이 준 상처보다 악플들이 그분께 주는 상처가 훨 클 것 같아 맘이 아프네요.
끝으로 리플이 많지만, 꼭 한 번 다들 읽어보세요. 유모차 어머님들을 비난하시는 이유와 논리를 들어보시면 누구나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몇몇 분들의 스스로 몸을 던져 웃음을 주는 논개식 유머 역시 재미있습니다.)
어른들 말씀에 이런 말이 있죠. 야밤에 개가 짖을 때 같이 짖는 건 같은 개밖에 없다고... 개는 사람의 말을 모릅니다. 개 짖는 소리를 사람이 따라 할 필요는 없겠죠? ^_^
에서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