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을 30년 후퇴시킨 한은의 금리인하.
2008.12.14ㅣ다음아고라ㅣSDE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한국은행의 1% 금리인하로, 한국 경제는 이제 빠른 회생의 희망을 모두 접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한은법 개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한은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되기 직전의 상황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한은은 완전히 이런 식으로 나온 겁니다.
"그래, 너네들 원하는 대로 해줄체니 어디 잘해봐라..."
청와대, 기획재정부 좋다고 난리 났습니다. 보수 언론들도 좋다고 난리 부르스입니다. 미안하지만, 이로서 한국 경제는 회생 불능의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이 너무 높아졌습니다.
첫 번째 이유로는 향후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거의 낼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경기부양책은 금리인하와 보조를 맞춰가며 시도가 되어야 효과가 확대 됩니다. 하지만, 이번 금리인하로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매우 어렵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로는 예대율을 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날렸습니다. 10월에 고금리 특판 예금으로 20조원, 11월에 9조원의 자금이 은행권으로 집중되었습니다. 예금이 BIS 비율을 높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예금은 바로 "대출 가능 자금" 그 자체입니다. 지금, 금리를 내리고, BIS 비율 제 아무리 높여 봤자.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왜? "대출 가능 자금" 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정책은 말라버린 저수지에 수문만 여는 꼴입니다. 저수지에 물이 없는데 수문만 활짝 열고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예금 액은 오히려 12월 1일부터 9일 까지 약 3조원이 감소 했으며 대출액은 약 6조원이 늘어나 있는 상태 입니다.
이 때문에 대출은 앞으로도 마찬가지지만, 사실상, 자산 담보 대출 같은 것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30년전 혹은 그 전에 많이 이루어졌던 방식의 대출만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지금 금리 인하 효과 역시 앞으로 한 달 정도 지나면 거의 상쇄될 것입니다.
CD 금리 내려갔다고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은데, 향후 대출 금리는 CD에 연동되는 것이 아닌, 후순위채, 하이브리드 채, 고금리 예금금리등과 함께 가중평균되어 결정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최근 3개월 동안 은행에 공급되는 자금 규모중 가장 큰 것이 무엇인가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후순위채로 약 12조원 (평균 금리 7.7% 12조원), 고금리 특판 예금 (6.7~7.1% 20조원 규모), 등입니다. 따라서 향후 1~2개월 정도는 대출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그 이후 부터는 다시 급격하게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 입니다.
그렇다고, 후순위채나 하이브리드채 금리를 내리면 팔리지가 않을 것이고, 결국, 나라에서 수조원 규모로 매입해야 하는데, 향후, 은행 부실화등이 진행되면 인수한 채권들의 평가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자명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민간 유동성을 금융권에 집중 시켜야 하는데, 이런 방법을 스스로 내팽겨친 이상, 빠른 시간내로 경제가 좋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고 봐야 합니다.
한국은행이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이런 것이 해결될까요? 해결이 안됩니다. 이전 글에서 저는 채권 금리의 움직임을 가지고 이야기한 바가 있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금리인하는 장기물의 수요를 일으킵니다. 하지만 현재는 오히려 단기채의 수요가 더 늘어나는 상황임을 설명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장기물이라고 해봤자 기껏 가능한 장기물은 3년물 국채 뿐입니다. (듀레이션이 1~2년 정도에 그칠 수 밖에 없는 상황)
급격히 금리를 인하함에도 시장 참가자들이 거꾸로 장기물을 팔고 단기물을 사는 이유를 모른다면, 현재의 금융상황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9월부터 10월 사이 채권 시장 동향을 매일 관찰 한 사람이면 그 이유를 압니다.)
현재는 시장이 마비된 상황이며, 은행으로서의 기능을 유일하게 하는 금융기관은 사실상 한국은행 뿐입니다.
세 번째 앞의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향후 채권 시장에서 국고채와 크레디트 물 간의 스프레드는 축소될 것입니다. 좋은 의미에서 축소가 아니라 나쁜 의미에서의 축소 입니다.
크레디트물의 경우 금리 하락을 거의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거의 30%의 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인데, 정말 망할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나머지 70%의 기업도 이 때문에 동반 가치 하락 당하는 것입니다.
금리인하는 결국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들에게 괜한 기대감만 불러 일으켜 금융시스템의 스트레스만 가중 시키게 됩니다. 정부는 아예 대놓고 장기적인 구조조정을 이야기 합니다. 금융 시스템이 가장 싫어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높은 불확실성을 계속 가지고 가겠다는 의미입니다. 금리가 내려갈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금리 인하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대출이 가능해지는 방법은 현재상황에서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제가 계속 주장하는 정통적인 방법, 즉, 3~6개월간 금리인상과 이를 통한 구조조정 후 경기부양책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금리인하 방법, 또 하나는 비 정통적인 방법이며 부작용이 너무 크지만, 현재의 금리수준에서 대출이 일어날 수 있게 하는 방법. (아마 엄청난 규모의 인플레이션, 재정적자와 합쳐지면 하이퍼인플레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독립성만 확고하다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기획재정부의 무능입니다. 현재까지 위기 상황에서 기획재정부가 한 일은 실은 거의 없습니다. 오직 한국은행만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모든 정책을 혼자 수행했습니다. 그래도 욕은 한국은행만 먹지요?
여기에 모 보수 경제지는 한은법 개정까지 들먹입니다. 만일, 한은법이 개정되면, 한은은 그 경우 막강한 금융-경제 부분의 권한을 사용하여 기획재정부를 해체시키고 그 인력을 흡수하여 공룡화된 조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경우, 재정을 포함한 모든 경제정책은 모두 한국은행으로 집중되어 청와대나 정부부처가 뭐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 연출 될 수도 있습니다.
한은법 개정과 같은 중차대한 일을 쉽게 입에 담고, 솔직히 기획재정부의 능력으로도 얼마든지 돌파가능한 일을 한은의 금융지원에 기대는 것 외에 아무것도 못하는 것이라면 기획재정부는 없어져도 무방한 조직이라는 것입니다. BIS 비율 8%는 사실상 은행파산을 의미하는 것임에도 함부로 대출 여력을 8%에 맞추어 계산하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올 지경입니다.
현재 금융상황에 대하여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제 아무리 동원해도 신용경색은 풀리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신용경색이 풀렸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은 마치 양자역학에서의 임계점 처럼, 순식간에 고도 인플레이션으로 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정말, 현재의 신용경색을 풀고 싶다면, 한국은행에 금리인하나 발권력 따위의 압력을 가하는 대신 "특수 목적 공법인 (Special Purpose Public Cooperation : SPPC)"의 설립이나 기존 공법인을 통해 얼마든지 신용경색을 풀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쓸데 없는 대운하 팔돈 14조원이면 해결이 가능하고도 남는 자본금입니다. 기획재정부가 할 일을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합니다. (재정부 안에도 아이디어가 넘치는 공무원들 많습니다. 유능합니다. 하지만, 지경부안에 대해 그제서야 사태 파악을 위해 허둥대는 조직이라면, 실망을 넘어 절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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