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퍼 님에 대한 반론, 사회민주주의 VS 사회자유주의
스나이퍼 님이 실로 오랜만에 글을 올려줘서 고마웠다. 비록 분홍닉이 아닌 검정닉이란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좋다.
소셜리버럴에 대한 좋은 글을 잘 읽었다. 시민광장에 수준 높은 의제를 던져주었다는 점에서 향후 이런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진전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이번 소셜리버럴에 대한 글에서 다소 과격한 단순화와 억지스러운 부분들이 눈에 띄어 이에 반론을 펴고자 한다.
1. 소셜리버럴은 사민주의와 하등의 관계가 없다?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지만, 기본적은 수준에서 스나이퍼 님의 글은 좀 과격하지 않은가 싶다.
소셜리버럴은 사민주의와 하등의 관계가 없다는 선언적인 수사는 조금 위험하지 않은가? 내가 알기로는 20세기에 경쟁했던 여러 정치경제 체제 중에 그나마 온전히 제 모습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체제는 사민주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민주의에도 여러 버전이 존재하고 역사와 함께 상당한 리모델링을 거쳐왔다.
스나이퍼 님은 영국과 독일을 예로 들면서 구사민주의가 사실상 폐기되었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국과 독일 더해서 프랑스와 같은 대륙의 사민주의에나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기든스가 '제3의 길'을 주창할 때 분명히 한 것은 자신은 분명한 사민주의자이며, '제3의 길'은 더 낳은 사민주의를 위한 기획이었다는 것이다. [제3의 길]의 부제가 "사회민주주의의 부활"인 것은 그냥 장식으로 달아놓은 것은 아니지 않나?
그리고 "존 스튜어트 밀로부터 이어지는 사회자유주의"라는 부분이 있는데, JS 밀이 리버럴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민주의 또한 JS 밀의 사상으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았고 그 토대 위에서 현재 이르른 것이란 점이다.
분명한 것은 대륙의 사민주의와 북부 유럽의 사민주의는 출발부터 달랐고 그 결과도 한 참이나 다르다.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민주의는 북부 유럽의 사민주의를 얘기하는 것이지 대륙의 늙고 병든 사민주의를 얘기하는 것이 아닌 걸로 알고 있다.
따라서 스나이퍼 님이 "소셜리버럴은 사민주의와 하등의 관계가 없다"고 했을 때의 사민주의는 대륙의 병든 사민주의만을 지칭하는 것이지 현재 보편적인 사민주의를 지칭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2. 사민주의는 '생산수단의 부분적인 국유/공유화'를 목표로 한다?
말 자체는 맞는데, 그럼 지금의 한국은 '생산수단의 부분적인 국유/공유화'를 하지 않고 있나? 사민주의를 단지 '생산수단의 부분적인 국유/공유화'를 주장하는 하나의 좁은 이념으로만 파악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단순화가 아닌가?
스웨덴의 경우 1930년대에 일찌감치 산업의 국유화를 상당 부분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OECD 국가 중 국민소득 4만 달러 이상을 달성한 국가들이 대체로 사민주의 국가들이지만, 그 국가들이 '생산수단의 부분적인 국유/공유화'를 목표로 해서 지금에 이른 것은 분명히 아니다.
북유럽의 복지국가-사민주의는 사회 구성원들의 독립적 개인성을 존중하면서도 이에 생활화된 사회 연대성을 결합시키고 있다. 사민주의 시장경제의 특징을 보자면, 조정된 시장경제’ 시스템이고 이는 노동자-기업-국가가 은행과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기업 경영을 평가하게 된다. 이른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모델stakeholder model'이다.
3. 사회자유주의가 최신의 트렌드라도 되는가?
적어도 내가 여기 저기 책들을 살펴본 바로는, 사회자유주의는 2009년 현재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사상적 흐름도 아닐뿐더러 작게라도 조명받고 있는 사상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사회자유주의는 노무현 대통령의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농담에 이어, 유시민 장관이 내놓았던 참여정부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레토릭은 아니었나? 사회자유주의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담론의 장에서 주도적으로 논의되는 의제는 분명히 아닌 것 같다.
더욱이, 현재 유시민 님의 정치경제적 사상은 정립되어가는 와중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사회자유주의든 사회민주주의든 건전한 우파와 유연한 좌파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이 유시민의 미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나이퍼 님이, 여러 일로 바쁘시겠지만 시간이 되시면 추가적인 토론이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