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상, 새로운 정당, 새로운 한국을 위한 명랑발랄한 X세대의 상상력
내가 보기에 386 선배들은 너무 찌들어있고 소심하다. 그리고 술들은 왜 그렇게 마셔대는지. 참여
정부 5년 동안 남은 거라곤 술과 상처뿐인 듯 하다. 가사탕진하신 분들도 많고 가족들과도 소원해지고 친구들은 모두 떠난지 오래다. 솔직히 물어보고 싶다. 87년 이후 386이 바라던 세상이 고작 이 정도인가?
386 세대가 찌들고 소심하다면, 88만원 세대 후배들은 아예 희망이 안 보인다. 실제로 돈이 너무
없어서 그런 면도 있고 386세대가 이미 선점해버린 잔혹한 세상에 들어갈 수 있는 통로 자체가 막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잔혹하다 한들 20대는 좀 명랑발랄해야 하지 않나? 어차피 가진 것 없고 잃을 것도 없는데 한 번 해보자는 '힘에의 의지'마저 없으면 사실 산 송장이나 다름 없다.
그렇다고 내 세대인 X세대에게 뭐 대단한 희망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 30대로서 사회에 막 진입해서 새로운 사회를 열망하고 찌들지 않은 의지와 상상력을 가진 것은 아무래도 X세대 뿐인 것 같다. 아직 상처도 많이 입지 않았고 가사탕진도 하지도 않았다. 돈도 그럭저럭 번다.
어줍지않은 세대론을 얘기했는데,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새 술
은 새 부대에 담자는 것이다.
자유는 뉴라이트에게, 민주는 민주당에게 줘버려라.
노동은 민노당에게, 진보는 진보신당에게, 사회는 사회당에게 줘버려라.
왜 굳이 그렇게 리버럴에 집착하는가? 리버럴이 안 들어가면 사상이 안 만들어지나? 뉴라이트가 리버럴의 원조라고 선언하고 나선 마당에 우리까지 그 원조 논쟁에 끼어들어야 하나? 상상력을 좀 발휘해보자.
스나이퍼 님은 사회민주주의가 지금의 한국에 적용되기엔 한참이나 멀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회자
유주의라고 한다. 마케터 님은 한국에 필요한 것은 아직도 자유주의 개혁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회
민주주의는 아직 멀었다고 한다.
두 분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뭐랄까? 젊은 세대가 보기엔 뭔가 진부하고
재미가 없다. 87년이후 한국정치가 지향했던 것이 자유주의 개혁아니었던가? 물론 많이 부족했고, 아직 해결되지 못한 것이 수두룩한 것 맞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1945년 이후 쭈욱 이어져오고
있는 이 길고 길었던 자유주의 개혁... 이제는 좀 새로운 방향과 새로운 사상으로 해보면 안 되겠나?
사회민주주의가 한국에게는 너무 먼 당신이라는 말이 나는 의심스럽다. 1945년 해방정국에서도 똑
같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여운형의 인민당과 조봉암의 진보당이 기획했던 것은 역시 유럽
의 사회민주주의와 맥을 같이 했던 것 같다. 그 때도 똑같은 소리가 있었지 않을까? 사회민주주의
는 우리에게 너무 먼 존재라고... 1945년과 2009년 우리는 똑같은 레토릭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
닌가?
'사회자유주의'란 말에는 솔직히 작위적이고 기계적인 냄새가 난다. 진중권이 형용모순이라고 했다
는데,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지 않나? 솔직히 자유주의에다 사회주의라는 양념을 살짝 뿌리자는
뉘앙스가 내비친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지난 번 100분 토론에서 첨맘 님의 '쪼금 좌파' 언급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여러 번 언급했지만, '사회자유주의'라는 사상은 역사적으로도 사상적으로도 그 뚜렷한 근거가 희
미하다. '사회자유주의'를 주장하는 학자들이 별도의 그룹으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사회자유주
의'라는 제목으로 나온 책을 나는 단 한권도 보지 못했다. 스나이퍼 님이 발견하시면 나에게 꼭 알
려달라.
첨맘 님이 '사회자유주의'를 언급한 정확한 맥락은 추후에 꼭 직접 묻고 확인해봐야겠다. 곧 있으
면 강연회가 개최되므로 그 부분에 대해 정확히 짚어보고 싶다.
혹자는 '사회민주주의'와 '사회자유주의'를 비교 분석해보자고 한다. 그러나 이미 언급했지만 '사
회자유주의'는 참조할 만한 레퍼런스조차 없고 '사회자유주의'를 기치로 내건 정부나 체제가 역사
적으로 존재했던 적도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비교를 할 수 있겠나.
나는 '사회민주주의'를 잘 모른다. 그런데 '사회민주주의'가 조금 땡긴다. 흥미가 생긴다. 그래서 더 공부해보고 싶다. 그래서 '자유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등의 전통적 사상과 어떤 결합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지 고민해보고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명랑발랄한 상상력이 아닐까? 한국은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는 나라가 아니라, 이래서 될 수 있고 저래서 될 수 있는 나라라는 상상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