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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 한명숙
영결식 | 2009-05-30 12:23:02 | 조회 7975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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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노무현 대통령님.

 

대통령님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얼마나 긴 고뇌의 밤을 보내셨습니까? 얼마나 힘이 드셨으면, 자전거 뒤에 태우고 봉하의 논두렁을 달리셨던, 그 어여쁜 손녀들을 두고 홀로 떠나셨습니까?

 

대통령님. 얼마나 얼마나 외로우셨습니까? 떠안은 시대의 고역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새벽빛 선연한 그 외로운 길 홀로 홀로 가셨습니까?

 

유난히 푸르던 오월의 그날, '원칙과 상식' '개혁과 통합'의 한길을 달려온 님이 가시던 날, 우리들의 갈망도 갈 길을 잃었습니다. 서러운 통곡과 목 메인 절규만이 남았습니다.

 

어린 시절 대통령님은 봉화산에서 꿈을 키우셨습니다. 떨쳐내지 않으면 숨이 막힐 듯한 가난을 딛고 남다른 집념과 총명한 지혜로 불가능할 것 같던 꿈을 이루어 내셨습니다.

 

님은 꿈을 이루기 위해 좌절과 시련을 온몸으로 사랑했습니다. 어려울수록 더욱 힘차게 세상에 도전했고, 꿈을 이룰 때마다 더욱 큰 겸손으로 세상을 만났습니다. 한없이 여린 마음씨와 차돌 같은 양심이 혹독한 강압의 시대에 인권변호사로 이끌었습니다.

 

불의에 대한 분노와 정의를 향한 열정은 6월 항쟁의 민주투사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삶을 살아온 님에게 '청문회 스타'라는 명예는 어쩌면 시대의 운명이었습니다.

 

'이의 있습니다!' 3당 합당을 홀로 반대했던 이 한마디! 거기에 '원칙과 상식'의 정치가 있었고 '개혁과 통합'의 정치는 시작되었습니다.

 

'원칙과 상식'을 지킨 대가는 가혹했습니다. 거듭된 낙선으로 풍찬노숙의 야인 신세였지만, 님은 한 순간도 편한 길, 쉬운 길을 가지 않았습니다.

 

'노사모' 그리고 '희망돼지저금통' 그것은 분명 '바보 노무현'이 만들어낸 정치혁명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님은 언제나 시대를 한 발이 아닌 두세 발을 앞서 가셨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나 험악할 뿐이었습니다. 수많은 왜곡과 음해들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어렵다고 돌아가지 않았고 급하다고 건너뛰지 않았습니다.

 

항상 멀리 보며 묵묵하게 역사의 길을 가셨습니다.

 

반칙과 특권에 젖은 이 땅의 권력문화를 바꾸기 위해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으셨습니다. 화해와 통합의 미래를 위해 국가공권력으로 희생된 국민들의 한을 풀고 역사 앞에 사과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님이 대통령으로 계시는 동안, 대한민국에선 분명 국민이 대통령이었습니다.

 

동반성장, 지방분권, 균형발전 정책으로 더불어 잘사는 따뜻한 사회라는 큰 꿈의 씨앗들을 뿌려놓았습니다.

 

흔들림 없는 경제정책으로 주가 2천, 외환보유고 2500억 달러, 무역 6천억 달러,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었습니다.

 

군사분계선을 걸어 넘어 한반도 평화를 한 차원 높였고 균형외교로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해 냈습니다.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쓰는 세계 첫 대통령으로 이 나라를 인터넷 강국, 지식정보화시대의 세계 속 리더국가로 자리 잡게 했습니다.

 

이 땅에 창의와 표현, 상상력의 지평이 새롭게 열리고 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까지 한류가 넘치는 문화르네상스 시대를 열었습니다.

 

대통령님이 떠난 지금에 와서야 님이 재임했던 5년을 돌아보는 것이 왜 이리도 새삼 행복한 것일까요.

 

열다섯 달 전, 청와대를 떠난 님은 작지만 새로운 꿈을 꾸셨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와 잘사는 농촌사회를 만드는 한 사람의 농민, '진보의 미래'를 개척하는 깨어있는 한 사람의 시민이 되겠다는 소중한 소망이었습니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봉하마을을 찾는 아이들의 초롱한 눈을 보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뇌하고 또 고뇌했습니다.

 

그러나 모진 세월과 험한 시절은 그 소박한 소망을 이룰 기회마저 허용치 않았습니다.

 

자신의 문제에 대해선 한없이 엄격하고 강인했지만 주변의 아픔에 대해선 속절없이 약했던 님.

 

'여러분은 이제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는 글을 접하고서도 님을 지키지 못한 저희들의 무력함이 참으로 통탄스럽습니다.

 

대통령님,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저희들은 꿈을 키우던 어린 시절의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지막 꿈만큼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인 일입니까? 세상에 이런 일이 있습니까? 잔인한 세상은 '인간 노무현'으로 살아갈 마지막 기회조차도 빼앗고 말았습니다.

 

님은 남기신 마지막 글에서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최근 써놓으신 글에서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이 실패 이야기를 쓰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이 남아 있는 저희들을 더욱 슬프고 부끄럽게 만듭니다.

 

대통령님! 님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님, 보이지 않습나까? 끊이지 않는 저 추모의 행렬을. 보십시오. 수많은 사람들이 정성어린 마음을 대통령님께 바치고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님을 향해서 날리려고 들고있는 노란 풍선을 보고 계십니까? 오열하며 슬퍼하고 있지 않습니까? 님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있지 않습니까?

 

님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설령 님의 말씀처럼 실패라 하더라도 이제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 저희들이 님의 자취를 따라, 님의 꿈을 따라, 우리 국민 모두가 손에 손을 잡고 대한민국의 꿈을 이루어 내겠습니다. 그래서 님은 온 국민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대통령님. 생전에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분열로 반목하고 있는 우리를 화해와 통합으로 이끄소서. 대결로 치닫고 있는 남북 간의 갈등을 평화로 이끌어주소서.

 

그리고 우리의 민주주의를 다시금 꽃피우게 해주소서.

 

이제 우리는 대통령님을 떠나보냅니다. 대통령님이 언젠가 말씀하셨듯이,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대통령 하지 마십시오. 정치하지 마십시오. 또 다시 '바보 노무현'으로 살지 마십시오.

 

그래서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더는 혼자 힘들어 하시는 일이 없기를, 더는 혼자 그 무거운 짐 안고 홀로 가시는 길이 없기를 빌고 또 빕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님을 놓아드리는 것으로 저희들의 속죄를 대신하겠습니다. 이제 마지막 가시는 길, 이승에서의 모든 것을 잊으시고, 저 높은 하늘로 훨훨 날아가십시오.

 

대통령님!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대통령님! 행복했습니다.

대통령님! 편안히 가십시오.

 

 

2009년 5월 29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회 위원장 한명숙

 

     

노무현, 국민장
덧글쓰기 | 전체글 10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몇번을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님!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대통령님! 행복했습니다.

대통령님! 편안히 가십시오.
09-06-01

불량시인  

대통령님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대통령님 행복했습니다
대통령님 편안히 가십시오
09-06-01

공오  

정말 감명깊었던 조사였습니다...다시 봐도 눈물이 나네요...
09-06-01

스카페이스  

지켜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
09-06-01

침통맘  

죄송합니다.사랑합니다.행복했습니다...

너무 늦게 깨달아서...아쉽습니다...ㅠ.ㅠ
09-06-02

김중걸  

사랑합니다.
09-06-02

효원아빠  

한명숙 전국무총리의 조사를 사무실에서 몰래 보고 들으면서 울컥 눈시울이 붉어져
몰래 화장실에서 한 참을 울었습니다........진심이 느껴지는 애절한 마음이 너무도 절절이
느껴졌습니다......이제 모두 힘을 하나로 모아 노무현대통령의 못 다 이룬 꿈을 이루어
내는 것이 남겨진 우리의 몫이겠지요......
09-06-02

느린걸음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09-06-03

활화산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돌아와 주세요.
돌아와 주세요.
09-06-03

바보를 사랑한 나  

그곳에선 편안하신가여??
보고 싶습니다..
그립습니다..
미치도록............ㅠ.ㅠ
09-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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