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족의 절망감...
/ 수-시아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 이후 가슴에 꽉 차버린 분노와 슬픔 때문에 아이를 향한 미소마저 작아지고는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그 분노 속에는 지독한 배신감도 있었습니다. 저는 경찰관의 아내입니다. 남편은 대학 때 소위 말하는 PD 계열의 학생운동을 했더랬지요. 그런 이력을 갖고 경찰이 되니 교수님께서도 "참 세상은 아이러니다"라고 하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경찰이 되고 나서 가장 어려운 점이 역시나... 집회, 시위 현장에 나가는 것이었지요. 고민도 깊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경찰의 역할은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거다. 집회시위 현장에 가서도 당신은 그 사람들이 안전하게 자기 목소리 내고 안전하게 돌아가도록 지켜주는 건데 뭐가 문제냐. 그걸 하러 나간다고 생각해라. 하고 말해주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아마도 지금의 MB가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으로 시작된 민주화 시기에 경찰 생활을 시작하고 경찰 가족이 된 터라 정말 쥐뿔도 모르는 거였나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참여정부 때도 집회시위 많았고 갈등도 많았지만 나름대로 경찰의 정당성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있었습니다. 물론 피해를 입으신 분들은 생각이 다를 수 있으시겠지만 경찰 역할의 한계라는 점도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경찰 남편을 보면서 경찰이 참 멋진 직업이구나... 나도 경찰시험을 볼 걸... 하는 생각들을 하고는 했습니다. 명예롭고 국민에게 힘이 되는 경찰이라는 면만 본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 암담합니다. 참담합니다. MB정부가 탄생하면서 걱정이 참 많았습니다. 이 암흑기를 어떻게 견뎌낼까... 내 아이도 이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 아래서 학교에 입학하고 혹독한 영향을 받을텐데... 갑갑했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 경찰 수뇌부에 뒤통수를 맞았네요. 경찰은 수뇌부가 누구든 자신의 영욕을 위해서가 아닌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직해야 하는 자리이고 정치적인 이념 따위에 흔들릴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이 단순함과 무지를 탓해야겠지요.
노무현 대통령님 시절에 너무나 평온했던 탓이었나 봅니다. 그 옛날 군사정권 시절 권력의 주구 노릇을 했던 때를 겪어보지 못한 때문이었겠지요.
지난 해 촛불집회 때도 저희가족은 따로 또 같이였습니다. 현장에서 저는 아이와 촛불을 들었고 아이의 아빠는 경찰로서 본분을 다하는 위치에서 또 현장에 있었지요. 그러면서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충돌들을 바라보며 가슴아프고 또 가슴아파 했습니다.
정부의 잘못으로 경찰이 얻어터지고 욕을 먹고 손가락질 받는 것을 내 아이에게 보여줘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슬펐습니다. 아이는 말놀이를 하다 "멋진 건 00"라는 말놀이 차례가 되면 어김없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건 경찰"이라고... 말하고는 합니다.
그런데 이제 또 일년 만에... 아이 앞에서 부끄러워 아무 말 못하는 아빠로... 경찰 수뇌부와 정부가 아빠를 죄인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국정원과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들에게 자유를 쥐어 주었는데... 그 기간 동안 도대체 그 기관의 소위 수뇌부라는 사람들은 뭘 느끼고 배웠던 걸까요. 아무것도 없었나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부여해 주고자 그렇게 애쓰셨던 그 가치들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기에 지금과 같은 참담한 경찰의 행태가 이어지고 있는 거겠지요.
요즘은 너무나 화가 나고 부끄러워... 어디 가서 경찰 가족이라고 내놓고 말하기도 낯뜨겁습니다. 대통령님의 국민장 기간과 영결식 이후 보여준 경찰의 행태들...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의 황당한 입놀림에 가슴이 얼어붙고, 서울광장에 둘러쳐진 경찰버스에 한숨이 끊이지 않고, 덕수궁 앞 무너진 분향소에 나뒹굴던 대통령님의 영정 사진에 그만 억장이 무너져 말문이 막혀버렸습니다.
경찰 수뇌부의 경찰 가족에 대한 배신에...국민에 대한 배신에... 치가 떨릴만큼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괜시레 아이아빠에게 화풀이를 하고 시비를 겁니다. 요즘 경찰 대체 왜 그 따위냐고... 그러고도 아무말 못하고 한숨짓는 아이아빠의 수심 가득한 얼굴을 보면서... 뭣같은 정부에 뭣같은 수뇌부 만나 고생하는데 괜히 엉뚱한 데 화풀이 하는 것 같아 안쓰럽고 미안한 맘도 듭니다.
오늘도... 따로지만 결국 마음은 같을 국민들이 한쪽은 시민으로 한쪽은 경찰로 정권에 의해 강요된 대치를 하게 되겠지요. "경찰 때려 치워..."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와도... 커가는 아이를 보면서 차마 그러지 못하는 우리가 한없이 부끄럽고 수치스럽기만 합니다.
경찰의 한계를 절감하고... MB정권의 주구가 되어 가는 경찰의 모습에 절망하며... 긴 어둠의 터널에서 빨리 벗어나 국민의 경찰로 되돌아가기를 희망하며... 살아갑니다.
모든 이들의 적
/ 김진혁PD의 e야기
MB는 오늘부로 모든 이들의 적이 됐다. 따라서 그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을 해서 용서를 비는 것과, 모든 국민들을 남김 없이 굴복시키는 것 두가지 밖에는 없다.
그리고 두말 할 것 없이 그는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아니 이미 선택했다는 걸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국민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다. 굴복당하는 것과 굴복당하지 않는 것. 매우 간단하다.
물론 그러한 과정이 - MB든 국민이든 -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법으로 나타날지는 여러가지다. 극단적으로 보면 모두가 광장으로 뛰쳐나가는 것이 있고, 조용히 기다렸다가 표로 심판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별 국민들이 선택하는 몫이지, 누가 어쩌자고 해서 될 일은 아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것도 비극이지만,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권력을 획득한 대통령이 모든 국민들에게 버림을 받는 것 역시 비극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 그 자신에게 비극인 것 뿐만 아니라,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들에게도 비극이다.
그래서 이제 MB의 남아있는 임기 동안 우리가 겪어야 할 것들은 대부분 비극적일 확률이 매우 높다. 매우 비극적이거나 약간 비극적이거나, 그건 어디까지나 상황의 차이일 뿐 대체적으로 비극이 될 것이다.
이런 나의 말이 그저 MB를 향한 저주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MB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내일이라도 진정성을 가지고 국정운영을 하면 그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줄 준비가 얼마든지 되어 있다. 왜냐하면 그것이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반MB, MB탄핵은 그것, 즉 바람직한 민주주의 사회를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그런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으리란 걸 말이다.
그는 역대 어느 반민주 지도자보다 힘이 없는 지도자다. 그가 반민주 지도자의 길을 걸어가면서 아마 검찰과 경찰 그리고 보수언론의 지원을 받으면, 그러니까 그런 힘이라면 꽤 든든하고 그래서 뭔가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민주 지도자'와의 비교에서 그러한 것이다.
그가 자신이 가진 권력의 정도를 비교해야 할 대상은 노무현이나 김대중 김영삼이 아니라, 박정희 전두환이다. 박정희 전두환에 비하면 그가 가지고 있는 힘이란 참으로 보잘 것 없는 것이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그는 가장 힘이 없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그 정도 힘으로는 제대로 된 반민주 지도자가 될 수가 없다. 국민들을 억압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그게 물리적이고 산술적으로 보여지는 힘의 비교 결과다.
그래서 난 항상 의문인 것이, 기껏해야 검찰과 경찰 보수 언론 정도 가지고 국민들을 억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건 도저히 계산에 밝은 CEO 출신 대통령의 판단이라고 믿기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확실하게 부정선거를 저지르거나, 탱크를 시내로 진격하게 할 능력도 없으면서, 박정희와 전두환 흉내를 내는 걸 보면 어이가 없다.
그러고 보면 이명박 정권과 검찰과 경찰 그리고 뉴라이트를 비롯한 수구들도, 민주화라는 결과물에 같이 물들어 버린 건 아닌가 싶다. 민주주의적 방법으로 국민들을 속이거나 설득해서 정권을 계속 연장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큰 틀에서 민주주의적 판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설사 다시 권력을 잡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꽤 그럴싸한 형태로 남아서 그나마 어영부영 권력의 일부분을 나눠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현재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보여주는 행태는 박정희나 전두환처럼 대단히 진지한(?) 고민에서 나온 국민탄압이라기보다는, 굉장히 나이브한 생각에서 벌이는 해프닝에 가깝다.
그래서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말로는 예측이 안된다. 진지함 없이 그저 해프닝이 계속 벌어지는 상황이기에, 맥락이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좌충우돌하다가 큰 거 한방 맞고 쓰러지거나, 아니면 서서히 망해가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될 정도라는 것 뿐.
모든 이들의 적으로 사는 기분은 어떨까? 그것도 그럴싸한 명분 하나 없이 말이다. 뭐 내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알아서 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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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광장을 허락하지 않는 이유
전봉기 / MBC 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는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는 서울광장의 봉쇄 입니다. 추모객들의 편의를 위해 시민을 위한 공간을 쓰겠다는 일면 당연한 요구는 경찰은 자신들의 특기인 '버스로 막기'로 일관하고 있는데요.
일선기자들이 만나는 남대문경찰서장부터 서울지방경찰청장, 그리고 경찰청장의 입장은 정말 단호하고 집요합니다. 어떻게든 광장은 막을 것이고 추모건 뭐건 집회는 안된다는 겁니다. 왜 이 정도로 집요할까요. 수만명의 분노를 느끼면서도 이렇게 철저히 막는 이유는 뭘까요?
얼마 전 청와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경찰간부와 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어쩌다 1년 전 촛불집회에 관한 얘기가 나왔고, 저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청와대 간부들은 촛불집회가 극심했던 때도 어느 정도 위기감을 느꼈냐?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일부의 문제로 본 것 아니냐?"
이 간부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펄쩍 뛰더군요. 그야말로 자신들도 엄청난 위기로 알고 전전긍긍했다고 하더군요. 가장 대표적이었던 경우는 촛불시민들이 경복궁 입구인 동십자각 앞에서 경찰과 대치했던 날이라고 했습니다. 동십자각 저지선이 뚫리면 바로 '청와대'로 이어지는 위기였고,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을 포함해 직원 모두가 밤을 샜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청와대 외곽 경비를 맡은 수방사 예하의 30경비단 장병들이 출동태세를 갖추고 대기하는 초유의 상황이었고 게다가... 이 대통령의 전용차는 엔진을 걸어놓고 이 대통령 숙소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더군요. 바로 청와대 벙커-요새 한참 경제관련 회의를 열던 장소요-로 대통령을 모셔가기 위해서였던 거죠.
그래서 이만큼 엄청난 고초를 겪었기 때문에 PD수첩의 편파 문제를 그냥 두고 넘어갈 수가 없다는 게 이 간부의 말이었습니다. 또 한편으론 이날 이후 정부가 촛불집회에 느낀 공포는 정말 엄청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죠. 대통령이 대피를 고려해야 할 지경이었으니 그날 기억은 이명박 대통령이나 청와대에겐 정말 악몽 그 자체였을 겁니다.
결국 그 엄청난 공포 때문에 촛불집회, 혹은 시민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은 무조건 막아야하는 대상이 된거죠. 어찌보면 이명박 대통령도 가련한 것 같습니다. 하마트면 청와대가 침탈당할 뻔 했다는 공포의 기억, 트라우마 때문에 자신을 지지하고 환호해줘야 할 국민들을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하게 됐으니까요.
그러나 그보다 더 불쌍하고 안타까운 건 국가공권력으로부터 적대적인 대접을 받게 된 우리의 처지일 것이고 동시에 그럼으로써 민주주의의 후퇴를 보여줘야만 하는 우리나라의 손상된 '국격'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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