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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바위 위로 수백만의 부엉이가 깨어나 날아오릅니다
매자골 | 2009-07-13 17:19:16 | 조회 3574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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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바위 위로
수백만의 부엉이가 깨어나 날아오릅니다

출처 : 한명숙의 세상이야기(hanms.net)


 


노무현 대통령님의 유골을 햇살 따뜻한 봉화산 기슭에 안장했습니다. 비로소 그 분과의 이별을 실감합니다.

 

49재를 마친 후, 다소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현관에 들어서자 형형색색의 수많은 부엉이 인형들이 커다란 눈으로 저를 반깁니다. 저는 부엉이 인형 수집가입니다.

어두운 밤에 빛을 밝히는 ‘지혜’의 새.
그런 부엉이가 좋아 하나 둘 모으기 시작한 것이 10년이 지나 어느덧 200여 마리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한결같이 부엉이 인형은 제 삶의 입구를 말없이 지켜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그런 부엉이를 보기가 두려웠습니다. 슬쩍 눈길만 스쳐도 가슴이 아립니다.
왜 하필이면 ‘부엉이 바위’였을까요?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님의 잔잔한 미소가 커다랗게 뜬 부엉이 인형의 눈망울에 서글프게 떠오릅니다.

당신께서 오르신 부엉이 바위가 천근 무게로 가슴을 짓누릅니다. 차마 어떻게 오르셨습니까?
몸을 던질 각오로 오르셨을 그 한 발, 한 발 질곡의 무게를 생각하자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삶의 마지막 발걸음을 헤아리는 그 심정은 또 얼마나 두렵고 힘이 드셨습니까? 당신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처절하도록 서럽게 외로우신 분이었습니다.



"난 자네들이 다 떠난 줄 알았네"

2006년 12월 29일, 총리 재임시절의 일입니다. 대통령께서 국정에 유난히 힘들어 하셨을 때 총리 공관으로 저녁초대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이창동 감독과 문성근 씨 그리고 2002년 대통령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몇 분의 문화계 인사들이 함께 초대됐습니다.

그 당시는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주요 정책을 둘러싸고 야당과 보수 세력은 물론 대통령을 지지했던 진보개혁세력 마저 각자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여론이 몹시 악화되어 있던 때였습니다.

정치와 문화에 관한 많은 대화를 나눈 후 네 사람을 지긋이 바라보시던 대통령께서 천천히 그리고 무겁게 입을 여셨습니다.

“난 자네들이 다 떠난 줄 알았네.”

순간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그 말씀 속에 자신을 비판하는 개혁세력에 대한 섭섭함과 원망보다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책무를 감당해야 하는 지도자의 고뇌와 고독 그리고 지지자들에 대한 미안함이 배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간 노무현이 아닌, 대통령 노무현의 아픔과 상실을 고스란히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보와 보수가 함께 하는 나라"

퇴임 후 봉하마을로 대통령님을 뵈러 갔을 때 당신은 이런 고백을 들려주셨습니다.
 
“권력을 쥔 사람이 진정한 의미의 진보를 할 수는 없습니다.”
“국가의 경영을 위해서 현실을 도외시 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진보와 보수가 함께 하는 나라이기 때문이죠.”
“나는 국민통합을 말했지만 결국 국민을 통합하지는 못했어요. 현실의 제약과 벽이 너무 견고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으로 살아 온 5년 동안 느끼셨던 절체절명의 고독.
진보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었지만 보수를 껴안고 진보와 보수의 협력과 조화를 고민해야만 했던 현실.

국민통합을 그처럼 갈망했지만, 국민이 분열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의로운 정치인 노무현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당신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당신을 욕하고, 야당과 보수언론은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침소봉대하며 성마르게 헐뜯고 할퀴어왔습니다.

당신은 모두가 떠난 황량한 빈들에 홀로 서서,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모진 비바람을 고스란히 맞아오셨습니다.
 



 

"제가 책임을 져야죠"

대통령님께서 검찰에 출석하시고 며칠 후인 5월 2일, 당신을 마지막으로 뵈었습니다. 감내하고 계신 아픔이 너무도 서러워 힘내시라 손이라도 잡아 드릴 생각으로 봉하마을을 찾았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국민에 대한 죄송스러움으로 깊은 자책감에 빠져계셨습니다. 불면으로 인해 퀭하신 눈으로 제게 말씀하셨지요.

“결국 모든 것이 수신제가하지 못한 제 탓입니다. 제가 책임을 져야죠.”
 

 
아!
저는 당신께서 말씀하신 ‘책임’이 초개와 같이 당신의 몸을 던지는 일인 줄은 몰랐습니다.
백척간두 아래로 자신을 던져 세상의 부조리에 항거하려는 단심(丹心)인 줄은 차마 알지 못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부산대 병원으로 대통령님을 다시 만나러가던 날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지켜드리지 못한 저의 나약함이 죄스러워 차마 영정 속 당신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고백하거니와 저 역시 당신께서 ‘다 떠난 줄 알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당신이 검찰과 언론의 돌팔매질을 묵묵히 견뎌내고 계실 때, 저는 침묵했습니다.
잔인한 세상의 패악과 폭력에도 항변하지 못하고 가슴만 치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부엉이 바위' 위로 깨어 있는 수백만의 부엉이가 날아오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하지만 이제 그 부끄러움이 제 가슴에 단단한 다짐이 되어 박혀있습니다.
이제 두 번 다시 국민께, 그리고 당신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희생이, 당신의 마지막 대속(代贖)이 떠난 줄 알았던 국민의 발걸음을 돌려세웠습니다.
다 떠난 줄 알았던, 뿔뿔이 흩어지고 산산이 깨어진 줄 알았던 사람들이 진실과 정의를 지키지 못한 참담한 후회를 가슴에 안고 바람이 되어 다시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대통령님은 ‘국민이 생각하는 만큼 역사는 진보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당신께서 오르신 그 부엉이 바위 위로 자각하고 깨어 있는 수백만, 수천만의 부엉이가 다시 날아오를 것입니다.


 

 

49재를 끝내고, 저는 거실의 부엉이들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참회의 심정으로 흙으로 빚어진 부엉이 촛대에 불을 밝혔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후회를
진실한 반성과 굳센 연대의 용광로 속에 남김없이 태워
이 땅을 살아갈 사람들의 희망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은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2009년 7월 12일
한 명 숙 올림

 

 

   

덧글쓰기 | 전체글 41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서민  

추천드립니다..
09-07-13

정처없이  

고백하거니와 저 역시 당신께서 ‘다 떠난 줄 알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09-07-13

하늘과 땅  

저도 잠시동안 떠다닐뻔 한 흔들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아프고 후회합니다...
09-07-13

뮬란  

고맙습니다.
노짱을 보내드리기 어려운 우리의 마음을...
어머니 같으신 당신 음성, 손길, 눈길 덕에 다스릴 수 있었습니다.

건강하셔요...
09-07-13

bonsbons  

어제는 잘 들어가셨는지요?
당신을 내쳤던 일산.
그 광장 한복판에서 맨 먼저 꺼내신 말씀이 사랑합니다. 였지요.
사랑합니다. 한명숙 님.
그리고 고맙습니다.
09-07-13

백양카리스마  

우리가 지난세월을 얘기하긴 쉬워도 역사적 의미나 시대를 관통하는 철학을
공유하기란 어려운 것이지요...정치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집니다...
철저히 자기반성이 시민으로서 가져야할 태도인것 같아요 ...그건 지위가 높든 아니든 동일한것,,,
09-07-13

함박꽃  

5월 23일, 저녁 봉하마을에서 그 황망하게 바라보던 저의 손을 잡아주신 한명숙총리님의 손은 아주 아주 따뜻했습니다. 비통함에 빠져 서늘해 보이던 표정과 달리. 좋은 분 같았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노무현대통령님 따뜻하게 보내드리려 애 많이 쓰셨습니다.
09-07-13

그람시  

“난 자네들이 다 떠난 줄 알았네.”
............................
09-07-13

기억ㆀ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은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
09-07-13

法下  

날아 오르겠습니다...
수백만 마리의 부엉이중 한마리로....
09-07-13

알티케이  

우리 역시 당신께서 ‘다 떠난 줄 알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역시 우메한 백성들어었죠.

깨어 있는 시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깨어나 조직된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사람 사는 세상"을 이루어 당신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끽하고 싶습니다.
09-07-13

아랑아빠  

“난 자네들이 다 떠난 줄 알았네.”
............................ ㅜㅠ.
09-07-13

박무  

단 한치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고독했지만 그러나 먼 곳에 오로지 당신만을 바라본 많은 민초가 분명 있었습니다.
09-07-13

동트는새벽  

“난 자네들이 다 떠난 줄 알았네.”
............................
어휴.. ㅠㅠ..
09-07-14

이제다시  

아 정말,,,
떠난적 없습니다! 라고 할려다가 문득, 정말? 싶어집니다.
죄송합니다.
늦은 밤에, 내리는 비처럼, 고개숙여 웁니다.
사랑합니다. 나의 대통령님.
09-07-14

여니  

부엉이 인형 수집가이셨군요~~!!
왜 하필 부엉이 바위였을까요.
자살이건 타살이건 민주주의에 한 몸 투신하신 건 사실입니다.
09-07-14

외길  

당신의 마지막 대속이
우리의 발길을 돌려 세우십니다..

수백만의 깨어있는 부엉이로,
날아오르게 하십니다..
09-07-14

찬우물  

총리 취임 할 즈음..오마이에 쓴 댓글이 생각 남니다
글 말미에 참여정부 설것이를 하시게 됐다..어쩌구 저쩌구.
엄마 처럼 생각 할태니 열심히 해주시라..
그렇게 글쓴 기억이 나는데요.
오늘 글을 읽으며 문득..저는
아버지 잃은 누이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마음 많이 아프시죠??
09-07-14

월야  

이 슬픔과 분노를 표현할수 있는 어떠한 수사도 제게는 없습니다.

그냥 눈물이 흐르고 분노에 치를 떱니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수천만 부엉이 가운데 하나가 되겠습니다.

힘내십시요.
09-07-14

휘린  

한명숙님 힘내세요.
당신을 보면 마음이 든든합니다.
언제나 자식들 곁을 지켜주는 어머니처럼 기대고 싶어집니다.

매일 우네요.
대통령님을 그리워하게 하는 새로운 글들을 읽을 때마다...
09-07-14

서북벽의 돌매화  

한명숙님이시여, 노통을 조롱하던 놈들을 향한 복수를 꿈꿔 주십시요.
그 복수는 냉혹하면서도 우아해야 할 것입니다.
09-07-14

potter  

오늘 이런시를 읽었습니다..

내려갈때
보았네

올라갈때
보지못한
그 꽃

~~~~
왜 이제서야 이 의미가 그렇게 와 닿는지....ㅠㅠ
09-07-14

유성  

살아가는 동안 이 슬픔과 분노의 눈물은 마를 것 같지 않습니다...
09-07-14

민시유  

저도 날겠습니다.
한마리의 부엉이로,
세상이 뒤바뀌는 그날을 위해 당신께 저를 바치겠습니다.
09-07-14

수니는  

아주 작은 소시민이지만 보잘것없는 힘이라도 보태드리겠습니다.
힘내시어 건강하세요. 그래야 이길 수 있을 테니까요.....
09-07-14

돌베개  

언제쯤이면
대통령님 말과 글에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도 절망은 말자.

함께 기억하고

좋은 에너지 제대로 모아 보자 다짐하게 하셨으니 말이다..
09-07-14

뽀꾸기  

국민장 장례식장에서 아무 말도 생각이 나지 않을때
당신의 한마디 한마디는 말을 잘하지 못하는 내 마음의 대변이었습니다.
한 단어, 한 구절
청아하면서도 힘있는 목소리로 읊어주신 당신의 弔詞는 지금껏 본 나레이션중의 최고였슴을..
이제 '책임'이란 말은 총리님의 귓전에 가슴에 맺힌 한으로 남으실 것 같네요. 하오나 기운내시길~
09-07-14

비슬산  

흔들리지않고 진군하겠습니다
09-07-14

나무사랑  

--
09-07-14

강물처럼..  

'그 한 발, 한 발 질곡의 무게'를 영원히 기억합시다..
09-07-14

질투는나의힘  

연대... 연대....
마음을 하나로 묶어내는 일...
최후의 보루를 굳건히 하는 일...

그것이 지금 살아있는 자들이 해야 할 피해선 안되는 의무이겠지요??
09-07-14

솔직히  

솔직히 이런 글 싫습니다.
왜 자기가 수집한 부엉이를 이제와서 사진찍고 올리는지..

서거하지 전에
노공님이 힘드실 때는 안 보이시던 분들이..

이제와서 찾는거 솔직히 보기 싫습니다.
09-07-15

강산에  

감사합니다!
한명숙님! 고맙습니다.
저도 한마리 깨어 있는 부엉이 되겠습니다.
언제고 힘 잃지 마세요,
언제나 응원 합니다!
09-07-15

연꽃향  

대통령님 서거하신 후 내내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무거운 마음 내려 놓으시고,
편안한 마음이셨으면 합니다.
국민모두가 함께 응원합니다.
09-07-15

산호수  

수백만 수천만 깨어나는 부엉이 곁에 항상 계셔주십시요!!!!!!
09-07-15

산호수  

수백만 수천만 깨어나는 부엉이 곁에 항상 계셔주십시요!!!!!!
09-07-15

한남  

‘국민이 생각하는 만큼 역사는 진보한다’...에 또 그립네요. ㅠㅠ

한총리님, 국민의 어머니처럼 누나처럼
민주의 앞장 서주세요. 우리의 뒤를 밀어 주세요.
09-07-15

돌아오지않는화살이되어  

아 아~~~
이 쥐새끼들아.

이제 내가슴은 그만 쥐어뜯으마.

이제 네놈들 심장을 도려내주마.

창천을 향해 맘껏 검무를 펼치마.

우리님아! 두눈 씨퍼렇게 뜨고 우리의 조직된 힘을 지켜보소서....
09-07-15

은비까비  

무관심에 '다 떠난 줄 알았던 한사람'도 되지 못해 더욱 가슴이 아픔니다.

이제는 방관자는 되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고 실천하며 살아가는 시민으로 살아가겠습니다.
09-07-15

즐통  

내가 말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지만 부족하여 하지 못하는것을 총리님께서 아주 잘 표현해 주셧군요. 100% 200% 동감입니다.
09-07-15

누리보듬  

12월 그~추웠던 겨울날...님을 위해 밤을 지새우던 날들이 제게는 행복이였습니다...노무현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흐릅니다...녹아 내리는 제 심장은 어이 합니까...!!
0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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