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님 쾌유 기원 삼국+대장붱카페 댓글북 전달 후기
2009.7.17 | 종려나무
잘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어제 참여정부포럼 강연회에 대한 후기를 먼저 쓰려고 했는데, 오늘 김대중 대통령님을 위한 삼국과 대장부엉이 카페의 리플북을 전달하고 왔더니 정신이 혼미해져 있습니다. 이걸 다 어떻게 정리해야 할런지...
깜찍부엉이님이 처음 제안하여 시작된 댓글북,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글들을 주셔서 원래는 예쁘게 책으로 엮어 드리려고 했습니다.
헌데 갑자기 김대중 전 대통령님께서 위중해지셨죠. 그 바람에 일단 책은 중단하고 급하게 제본을 해서 전달부터 해드리기로 했습니다.
오늘 운영자들은 낮에 영계백숙을 영접한 뒤 깜찍부엉이님과 접선하여 총리님 측근이신 분을 만나뵙고 책을 드릴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약속시간 15분 전 영자들의 이런저런 사정으로 영계백숙 모임은 폭파되었고, 총리님 측근께서도 왠 전화번호를 주시며 그분께 직접 전해드리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알고 보니 그 전화번호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비서관이신 최경환 비서관님이셨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오늘 겪은 비현실적 현실입니다.
세브란스 병원에서 직접 뵙기로 하고 먼저 도착한 저는 깜찍부엉이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희호 여사님과 다른 분들이 제가 있는 쪽으로 오시는 것 아닙니까.
화면에서만 보던 분을 직접 뵙게 되어 멍하니 있다가, 아무래도 차 한 잔 하며 잠시 숨돌리러 오신 것 같아 조용히 구석으로 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최경환 비서관님을 만나뵈었는데 이 분의 너무나 자연스러운 첫 말씀이,
"아 대장부엉이에서 오셨어요? 어떻게, 본인은 쌍코세요 소울드레서세요 아니면 장...??"
그 순간 저는 날아가는 정신줄 놓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그런데 비서관님 웃으시며 쐐기를 박으십니다.
"대통령님도 대장부엉이 카페랑 삼국지 카페? 다 알고 계세요~"
예. 심지어 멀리 떨어져 계신 다른 분들까지도 "대장부엉이야?" 하고 두런두런 웃으며 얘기하시는 게 양궁 국가대표팀 10점 만점 화살 꽂듯이 귓가에 쏙쏙 와서 박히더이다...
비서관님께서 전해주신 바로는 대통령님 중환자실 들어가신 이후로 점차 좋아지고 계시다고 합니다. 오늘은 정신도 온전하시고, 식사도 하시구요. 여사님 손도 꼭 잡으시고 웃으셨다고 합니다. 덕분에 한숨 돌리신 여사님이 주치의 분과 다른 분들께 차 한잔 대접하러 나오셨대요.
이번에 젊은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강연회 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자세한 내막을 알고 싶어하셨대요. 비서관님 저희더러 청문회를 한 거 아니냐고 웃으면서 물으시더라구요. 비서관님이 삼국용어에 힘들게 적응해가며 조사; 하셔서 대장부엉이 카페, 삼국 카페 이야기 모두 다 해드리셨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돌아가신 후, 이 분께서 영결식에서 오열하시는 걸 보며 저는 너무나 걱정되었는데, 다행히도 김대중 대통령님 그 이야기에 많이 기운을 얻으셨고 기뻐하셨답니다.
갑자기 콧날이 시큰해져 왔습니다. 이 분들이 매맞고 피 흘려가며 이루신 민주국가에서 우리는 그동안 아무 걱정없이, 참 편하고 곱게 자라왔는데 그런 이야기에 기뻐하신다는 말씀에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그런데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하다 인사드리고 댓글북을 전해드리고 일어나려고 하는 저희에게 비서관님이 이희호 여사님께 인사하고 가라고 하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 사진은 Andromeda Galaxy Far Far Away...
...호로롤ㄹ로로롤롤로롤로로로로
...원래 영계백숙만 생각하고 나온 저는 오늘 민소매 홀터넥 위에 시스루+레이스 반팔 카디건 걸쳤을 뿐이고, 깜찍부엉이님은 굵은 도트였던가, 호피무늬였던가 흑백의 강렬한 원피스에 까만 레깅스를 입으셨을 뿐이고... 저는 소름이 쫙, 깜찍부엉이님은 식은땀을 쫙 흘리며 당황하는 사이 이희호 여사님은 코 앞에 계십니다.
자그맣고 마르고, 그리고 겪어오신 세월이 얼굴에 곱게 새겨진 모습이셨습니다. 비서관님이 또 여사님께 저희 소개를 이렇게 해주십니다.
"다음에 삼국 카페가 있는데 다 20~30대 여자들입니다. <옷 예쁘게 잘 입자>해서 모인 소울드레서, 여기는 동대문 옷가게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곳이래요. (어째서 소드가 부선언니와 휘향언니 뺨치는 환불녀 st의 이미지가 되었는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쌍커풀, 코수술 예쁘게 하자>하는 쌍코, <화장 예쁘게 잘 하자> 해서 모인 장... 여기도 화장품 회사들이 아주 무서워합니다. 그런데 이 젊은이들이 대통령님께 쾌유하시라고 뜻을 모아서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여사님 "우리 땐 상상도 못한 일인데,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댓글북을 표지부터 한장한장, 열 페이지가 넘게 다 꼼꼼히, 주의깊게 읽으셨어요. 그리고는 먼저 악수를 청해주시면서 이렇게 마음 써줘서 고맙다고, 대통령님 지독히도 기뻐하실 거라고 말씀하시는데 결국 주책맞게 눈물이 확 나고 말았습니다.
이 분들은 옥살이를 하고, 동료들을 떠나보내고, 죽음의 위협 속에서 이런 나라를 만드셨는데, 저희가 드린 것은 작은 댓글북일 뿐인데...팔순이 넘으신 분께서 진심으로 고마워하시는 모습에 정말이지 너무나 죄송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예전에는 대통령님에 대해 잘못 아시는 분들이 많았겠지만 지금 십대 청소년들부터 이삼십대 젊은이들은 똑똑하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뉴스가 뜰 때마다 쾌유를 기원하며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지금 이 책도 단 몇시간 만에 그 젊은이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모아준 것들이다. 읽으시고 꼭 기운 얻으셔서 쾌차하시길 바라겠다.'
'피흘려 만드신 나라에서 저희가 너무나 편하게 누리고 살았다. 그러나 정작 힘드실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 죄송하다.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하겠다.'
이런 말씀드리고 다시 한번 정중하게 인사드리고 자리를 떴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계를 타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내릴 층도 놓치고 길도 헤매며 어떻게 집에 잘 왔습니다.
여사님을 비롯, 비서관님과 다른 측근 분들 모두 한참이나 어린 젊은이들에게도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시는 모습에 진정 인격자시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마음 한 켠이 찡했습니다. 왜인지 노무현 대통령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도 같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를 꼭 남기고 싶었습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다 같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님도 그러셨고 이 분들은 이렇게 낮은 모습으로 소통하시려고 했는데 왜 우리는 외면했을까, 왜 우리는 이토록 훌륭하고 좋은 분들을 이렇게서야 늦게 알아보는 것일까, 생각이 들어 오는 내내 눈물이 났습니다.
깜찍부엉이님이 폭우를 뚫고 가져오신 댓글북은 A4 사이즈에 두께가 3센치가 넘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이 잘 보실 수 있도록 큰 글씨로 댓글들이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꺼운 댓글북이, 사실 완성본이 아니었어요. 댓글이 너무 많고 시간이 없어 다 포함시키지 못하고 최대한 빨리 해오신 것이라고 합니다.
부디 김대중 전 대통령님께서 훌훌 털고 일어나셔서 다시 책으로 예쁘게 만든 두꺼운 댓글북을 선물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메시지 남겨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리고, 또 며칠 동안 힘들게 작업하신 깜찍부엉이님, 그리고 깜찍부엉이님을 도와주신 훈훈한 분들(이 부분은 깜찍부엉이님이 댓글북 사진과 함께 올리실 거라 믿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댓글 한 줄 남겼을 뿐인 저는 덕분에 더 큰 위로와 희망을 얻어가요.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님, 다시 한번 바라건대 쾌차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 원글과 댓글 보러 '대장부엉이' 카페 바로가기(아래 그림 클릭). 대장부엉이 카페는 '쌍구려, 소라, 장백', 삼국이 동맹하여 만든 카페다. 삼국의 시민은 20~30대 여햏들이 주축이라고. - 편집자
cafe.daum.net/coolowl
▼ 내친 김에... 또 다른 삼국동맹, '시미니즘' 카페 바로가기(아래 그림 클릭). 삼국의 여햏들은 이외에도 '봉토피아' 등 훈내 나는 카페들을 속속 건설 중이라고. - 편집자
cafe.daum.net/simin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