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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없이 시끌시끌하네요
아사달의 봄 | 2009-09-18 11:20:00 | 조회 7102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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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광장 중앙토론방에도 사사세 자유게시판에도 시끌시끌하더이다.

 

초라하다느니, 무례를 범했다느니, 동서고금에도 없는 일이라느니…

 

모두가 사랑하고 존경하고 애통해 하는 심정에서 벌어지는 난상토론임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시장바닥 같은 번잡스러움은 지울 길 없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것이 최선일 리도 없고 정답일 리도 없다. 다시 말해 그 많은 말들 또한 정답이라 단언할 수도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왜?

 

생각해 보자. 예의범절이라 하는 것이, 우리가 지키고 후세에 전해주어야 할 많은 가치있는 일들이 태초에 '이건 이렇게 하라, 저건 저렇게 하라' 누가 정해주고 결론 맺었나. 사람사는 세상의 가치는 수많은 경험과 수많은 사람들의 동의에 의해 묵시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 가치에서 시작되고, 그것이 전승 발전되는 것이리라고 본다.

 

그럼, 장례문화는 어떤가?

 

고인돌이라 불리는 석실고분도 있었고, 목곽분도 있었고, 옹기분도 있었고, 회곽분도 있었다. 처음부터 사람이 나고 죽으면 이렇게 석실에 묻어라 하는 정해져 있는 신의 길이라도 있었나. 생각컨대, 그 시대를 관통하는 장인의 눈에 가장 좋은 재료와 기술이 오롯이 투영되는 것이 분묘의 형태와 재질이라고 본다.

 

그 시대에 가장 좋은 재질이 돌이라고 생각하면 돌을 사용하고, 돌이 좋음은 알지만 경제적인 면이라든가 기술적인 면이라든가 여의치 않으면 또 다른 차선책을 사용하는 것인데, 여기에 망자에 대한 최선의 예의가 보태어져야 함은 두말 할 나위 없는 일이고…

 

시골집 마당에 가면 지금도 장독대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장항아리가 있다.

 

볕 좋은 날, 뚜껑 열어두고 동네 아낙 빼어닮은 몸뚱아리 깨끗하게 행주질해 놓으면 햇살이 반짝인다. 햇살 반짝임 속에 장이 익는다. 구수한 된장찌개로, 얼큰한 김치찌개로 그렇게 항아리 속에서 꿈이 익어간다.

 

보기 좋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옹기가 좋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나 죽어 저세상 갈 때 장 담그고 김치 담그는 저 항아리 속에 발 하나 제대로 뻗지 못하고 묻히는 것도 아름답고 보기 좋다 할라는지… 하지만 예전에는 옹기분도 지체 높은 부족장의 무덤이었다. 세상을 호령하던 왕의 무덤이었다.

 

서로에게 상처 주는 끝도 없고 정답도 없는 말의 수렁에서 이제 벗어날 때이다. 형식이 어떻든 모양새가 어떻든 그게 그리 큰 문제인가. 아무 때나 보고 싶고 그리울 때 한걸음에 달려가 만날 수 있는 지금이 좋다. 밤이어도 좋고, 낮이어도 좋고, 비가 와도 좋고… 눈이라도 내리면 더욱 좋겠지.

 

내 님의 무덤은 그래서 더 좋다.

 

세상과 담쌓지 않아 좋고, 시간의 허리띠 질끈 묶어놓지 않아 좋고, 무엇보다 올려보지 않아 좋다.

 

내 어머니 무덤가에 소주 한 잔 들고 가 '엄마, 막내아들 왔어요' 하고 봉분에 비스듬이 기대어 소주잔 기울이면 꼭 엄마 가슴에 얼굴 묻고 어리광 부리는 것 같아 좋다. 내 님의 그것 또한 다르지 않아 좋다.

 

아마도 님 또한 그리 생각하시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많은 이들이 그렇지 않은가 보다.

 

철판은 동서고금에도 없는 재질이라느니, 너무 작다느니, 초라하다느니…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제일 크고 화려한 무덤이 누구의 무덤일까? 그렇다. 제일 크고 화려하고 근엄하고 범접할 수 없게 세상과 높은 담으로 차단된 그저 말 그대로 죽은 자를 위한 무덤은 박정희의 무덤이다.

 

그래, 크고 화려해 보기 좋던가? 그곳에 한 번이라도 가보고자 생각한 적이 있었나. 새벽길 한걸음에 달려가 꽃 한 송이 바쳐본 적이 있는가. 난 없다. 그럴 생각도 없다. 앞으로도 없다. 우리 애들에게도 없다. 영원히~~~ 참 보기 좋다. 죽은 자의 버림받은 영혼만이 어슬렁거리는 그 곳이 참 좋다?

 

난 그래서 보기에 따라 초라하고 작은 내 님의 무덤이지만 지금의 그 모습이 더없이 좋다.

 

두서 없는 이 글을 쓰다 보니 또 다시 가고 싶다. 당장이라도…

 

 
   

노무현, 봉하, 묘역
덧글쓰기 | 전체글 24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길형구  

마음에 와닿습니다.

건승하십시요.
09-09-18

풀초향기  

불현듯.. 봉하마을로 내달리고 싶네요.
찬 가을바람이 부는 그곳에서 한밤을 지켜주고 싶은 생각도...
한번도 지켜주지 못한 죄스럼움을 그렇게 얕은 생각으로 해갈시키고 싶네요. ㅠㅠ
09-09-18

시적모험  

같은 마음입니다. :)
09-09-18

殺魚리랏다  

대강 정리된줄 알았는데 또 불을 지피시는 건가요?
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하지만 글을 모두 읽으셨겠지만 화려하게 만들라고 말한 사람이 있었습니까?
소박하게와 초라하게가 같은뜻인줄 처음 알았군요.
저의 경우는 병풍으로 쓰인 철판이 너무 폐쇄적인 느낌이라서 드린 말씀입니다.
머 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또다시 검은닉들 신나서 덤벼들까봐 그만 하겠습니다.
아픔님의 말씀처럼 자꾸 논란되어지는 것이 죄스럽기도 하구요..
글 잘 읽었습니다.구복~
09-09-18

아사달의 봄  

저 또한 다시금 논란의 씨앗이 되길 바라며 글을 올린것은 아닙니다.
다들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 염려의 마음들을 토해낸것이란것도 압니다.
다만 (특정한 인물을 지칭함은 아닙니다) 이곳에서도 '사사세'에서도 잊혀질만 하면
또다시 말들이 일어나고 그에 따른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되는 것이 현실이기에....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찌되었거나 새벽에 간들 그 누가 책하는 이 없는
열린 공간으로써의 묘역도 좋고, 그러하기에 더 많은 이들이 찾는게 아닌가하는....
그런 생각에서 몇자 적어보았습니다.

혹, 제 글로 인해 마음 상하신분 계시다면 바다같은 마음으로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09-09-18

殺魚리랏다  

제가 죄송합니다.
이곳이 사이비 종교집단이 모인곳이 아닌바에야 하고싶은 말이 있어도
할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댓글 달았었네요.
그렇지만 같은 사안에 대해 여러가지 주관적 판단이 존재하는 것은 어쩔수
없는것 같습니다.이해 해 주시기 바라고요.
아사달님의 소박하다 못해 순수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고맙습니다.
09-09-18

기억ㆀ  

마음이 어느새 봉하로 가는 기차를 탔네요..
그분을 뵈러 가고 싶습니다..♡
09-09-18

나그네  

마음은 봉하기차타고 몸은 모니터 앞에...
유체이탈 이시군요... 내공 깊으십니다
09-09-18

평화지기  

잔잔한 글에 맘이 동하네요~! 가까이서도 자주 못가뵈는데~~
추석즈음에 한번 다녀와야 겠네요~
09-09-18

리바이스블루  

지금 이글보니 봉하로 달려가고 싶네요...

왜 사람들은 형식에 너무 얽매여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과감하게 형식에서 벗어난 삶을 사셨던 노무현대통령님...그래서 우리가 잊지 않고 있는것이

아니겠는지요?...

..
09-09-18

노란넥타이  

무덤의 밤풍경은 이런 모습이었군요.

눈물나네요.
09-09-18

안양시민사랑  

초라하다고 생각했던 내 맘이 부끄럽네요, 초라한 그 자리에 풀 한포기 얹어놓지 못했으면서, 늘 함께합니다.
09-09-18

지예사랑  

저는 아직도 못가봤는데...부럽부럽^^
09-09-19

skystory  

왜 또 눈물이 쏟아지는지....ㅠ.ㅜ
09-09-19

낙동강  

노무현.......나의 대통령......그곳에서......잘계시지요?......
09-09-19

어쭈구리  

아니 언눔시키가 반대 누질렀져?
너 주글래?
09-09-19

랴뷰  

녹이 슬어 서운하기는 합니다....
님 무덤가에 녹이 스니... 쪼금 그랬답니다.

저야 토론에 참석한 사람은 아니었지만..늘 마음으로는 녹슨게 거슬렀어여.
너무 오래된 이야기같아져 버려서..
잊혀져 가는 흉가를 상기시켜서....
솔직히 초라하네 어쩌네보다.. 녹이 맘에 걸렸습니다.

봉하로 가서 녹닦는 약으로 박박 닥아드리고 싶어지는....

하지만.. 박정희 묘보다 100만배 나은건 사실입니다.
일단 가고 싶어지는 곳이잖아요..
그리고 그리움이 생기는 곳이잖아요..

게다가.. 다짐까지 생기게 하는 곳이니....

누구의 묘 인가가 더 중요한거겠지요.

님 글 읽으니... 정말 .. 달려가고 싶습니다.
09-09-20

daily  

묘역의 외형이 아닌 그 안에 계신 분의 존재감이 위엄을 달리한다고 생각합니다.
09-09-20

호매실  

자꾸만 말을 만들어 문제를 만드는이들 혹시 안티 아닐까요?
대통령님을 따르는 주변분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 하실텐데 좀 조용했으면 ....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09-09-21

날고싶은 오리  

낮은 곳에 있어서..그리고 세상을 향해 열려 있어서...
그 무덤의 모습이 생전의 노짱님의 모습을 닮은 듯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그 무덤곁에 놓여진...님을 향한 마음들이 있어
더없이 마음이 따뜻했더랬습니다.

하지만...아직도
님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09-09-21

Taejuk  

이런 멋진, 좋은, 정말정말 심금을 울리는 글이 올라 있었군요.
꼭 같은 마음입니다.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09-09-22

풍월주인  

늦은 가을에 달려가보리...
09-09-22

창가의 토토  

아직 믿기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조리원 침대에 누워 하루종일 오열하던 그 날.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어쩌면 믿고 싶지 않은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분 생전엔 꼭 한 번 가봐야지 생각하며 가슴두근거렸는데.
이젠 한 번 못뵌것이 서러워 몰래 물기를 훔칩니다.

아직 그 곳에 살아계신 것만 같아
전 봉하에 가보지 않을 랍니다.
정말 안계신 것이 눈으로 새겨지면 ,
그러면, 어찌해야할지...

생전에 뵌 분들이 넘 부럽습니다.
나즈막한 묘역이 왠지 그림 같네요. 상상에나 있을법한.. ㅠ.ㅠ
09-09-24

가방끈짧은도편수  

기쁜 한가위중에 더 슬프게 생각납니다. 늘 깨어 당신의 유지를 이으려 애쓰겠습니다.
09-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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