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의 연대,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드립시다.
“2010, 전국적으로 한나라당과 1:1로 대결해야”
2009년 11월 23일, 2010연대 <유시민과의대화> 모두발언
제가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국민참여당의 연대문제에 대한 공식적 입장은 아닙니다. 저는 평범한 당원이어서 그런 말씀 드릴 위치에 있지 않고요. 다만 이것이 워낙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조만간 당 지도부에 이런 제안들을 하고, 제가 속한 정당 안에서도 본격적인 토론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평소 존경하는 박석운 대표님, 이상현 전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와 계십니다. 지난 몇 년 간 저하고도 거의 대화가 없다시피 했습니다. 이런 자리에서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패널 여러분, 진행 맡아주신 변영주 감독님 고맙습니다.
모두발언을 네 토막으로 나누어 말씀드리려 합니다.
1. 첫 번째는 연대가 왜 필요한가, 그런 연대가 정당한가? 이에 대한 이론적 검토가 있어야 합니다. 연대를 하게 되면, 정치적 이해관계가 좀 다르면 야합이다, 술수다, 정치공학이다,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고요. 진보연대든 민주대연합이든 간에, 상이한 정치세력간에 연대하다보면 각 정치세력 내부에서 이것에 대한 비판, 반대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연대가 과연 합리적이고 정당한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2. 이것이 필요하고 정당하다는 게 제 결론인데, 그렇다 할지라도 해나가는데 어려움이 많이 있습니다. 정당하고 필요한 연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연대를 어렵게 만드는 현실적 난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연대를 가로막는데 어떤 난관들이 있는지 살펴보고요.
3. 이렇게 필요하고 정당한 연대를 하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넘어서서 나갈 때 어떤 원칙과 전략을 가지고 연대하는 것이 옳은가. 세 번째는 연대의 원칙과 전략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4. 네 번째는 구체적으로 어떤 순서로, 어떤 계기에서 연대할 것인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연대는 필요하고 정당한가?
아직 내용을 진보연대다, 민주대연합이다 규정하기 전에 반이명박연합은 정당하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것은 약 30%의 결속된 유권자들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얻은 표도 전체 유권자의 약 30% 수준이었고, 한나라당이라는 집권당이 총선에서 얻은 표도 전체 유권자의 30% 정도 되는 표였습니다. 그 정도 표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거의 다 한나라당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 30%의 지지로 만들어져 30%가 찬성하는 정책만
나머지 70%는 결속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초의회를 제외하고는 단순다수제 소선거구제를 채택하는 우리 선거제도 에서 결속된 30%의 지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70%에는 물론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통령,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광역의원까지 전부 한 사람만 뽑는 제도이기 때문에 몇 퍼센트를 얻느냐와 상관없이 가장 많은 표를 얻으면 권력을 가지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에서는 30%가 잘 결속되어 있으면, 유권자의 30%를 투표장으로 끌어낼 수만 있으면 모든 선거를 다 이길 수 있습니다. 실제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그것을 해 왔고 그것으로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30%가 잡아서 잘하면 좋은데 잘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 국정수행지지도가 30% 내외에 불과하고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는 거의 모든 정책들이 지지율 30% 넘어가는 게 별로 없습니다. 대운하, 미디어법, 중요한 정책들이 대부분 반대7 찬성3. 실제로 30%의 표로 집권했고 집권하고 권력을 갖고 하는 일도 30% 지지밖에 못 받는 정권인데, 나머지 70%는 불만만 말하면서 담벼락에 욕하고 인터넷에 댓글 달고 이렇게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이 30%를 제외한 나머지70% 유권자 중에서 30%를 넘어서는 다수연합을 구성할 수만 있다면, 이 연합이 집권할 권리가 있고 이 집권이 매우 합헌적이고 정당하고 합리적이고 현재보다 더 나은 상태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30% 넘는 다수연합으로 국민에게 권력 돌려드려야
지금 보면 민주당부터 시작해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새로 만들어진 국민참여당까지 다 있습니다만, 어느 정치세력도 독자적인 힘으로 30%의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못합니다. 그러니 모든 선거에서 다 지는 거죠. 다수라도 연합해 있지 못할 때는 결속된 소수에게 집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모든 유권자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 당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정당이 혼자서 집권하길 원합니다. 그것이 그 분들의 최선의 기대입니다. 그러나 그 최선의 기대는 결코 충족될 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그래서 지금 연대의 문제는 이렇습니다. 최선의 결과를 추구하기보다는 차선이라도 추구해서 어느 정도 공통성을 가진 정치세력들이 공통의 지향을 근거로 해서 한나라당의 30%를 넘어서는 연합을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그것이 지금처럼 각자 갈라져서 최선을 추구하면서 현실은 늘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이것보다는 낫지 않느냐. 이것이 기본적으로 연대의 필요성을 낳게 해주는 사고방식입니다. 다수연합을 만드는 것은 복수정당제의 여러 가지 헌법규정이라든가 민주주의 일반원리에 비춰볼 때, 민주주의가 적어도 절차적 면에서 다수의 지배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 다수가 꼭 한 정당일 이유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대부분이 의회에서 복수의 정당이 다수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연대라는 것은 필요하고 정당하고 합헌적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2. 연대는 왜 어려울까?
그런데 연대가 잘 안 되죠? 연대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 . .보면. 우리는 모두다 합리적인 이론에 따라 사는 사람들이 아니고 매우 주관적인 욕망에 따라 사는 존재들입니다. 하나씩 봅시다. 지금까지 한 걸 보면 연대를 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정권 견제심리만 유발하면 어차피 우리가 당선?
우선, 민주당을 보죠.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대한 공포심, 견제심리를 열심히 자극하기만 하면 표가 그냥 모이게 되어 있습니다. 연대를 할 필요가 없어요. 거의 독식할 수 있습니다. 이번 수도권 재보궐선거에서 보신 것처럼 과거불문, 지향불문,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후보면 표를 다 몰아주는 것입니다. 지금 수도권 보궐선거는 그렇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연합할 것을, 연대할 것을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강력한 소망의 표출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치인들이 안 해주기 때문에, 정당들이 안 해주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민주당은 연대할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선권에 근접해있는 정당은 전국적으로 대개 민주당 한 당 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소수정당과 연합해서 지분을 내주는 것보다는 그냥 가면서 계속 집권세력에 대한 견제심리나 혐오감만 유발하면 지금 팔십 몇 개의 의석보다 몇 십 개를 늘릴 수 있고, 지금은 서울 경기도의 지방의회에 의원이 거의 없지만 앞으로 거의 절반의 의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대의 필요성을 못 느낍니다. 연대 연합을 할 때 첫 번째 난관은 욕심입니다.
노무현이나 이명박이나 신자유주의는 다 똑같다?
그러면 진보정당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진보정당들은 바둑으로 치면 구석에서 두 집을 열심히 짓고 있습니다. 전에 노명박, 이런 표현을 유행시켰습니다. 신자유주의로 치면 김대중정권, 노무현정권, 이명박정권이 다 똑같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지하는 유권자가 전체의 3분의 2를 넘는 거대한 세력을 하나의 신자유주의라 몰아넣고 자신들은 그것과 차별화된 진보라는 것입니다. 거기에 갈 수 있는 유권자가 몇 명이나 있겠습니까?
설혹 그 주장에 동의하는 유권자라 하더라도 거기에 표를 줄 유권자가 많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계속해서 민주당에 표를 줍니다. 이것이 바로 비판적 지지의 망령이라는 것입니다. 저도 이것 가지고 선거 전략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합법적이고 합헌적입니다. 진보정당이 진보라는 명칭으로 표를 획득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민주당과 같은 보수자유주의정당은 파쇼정당에 대한 혐오감을 유발하고 경계심을 유발해서 표를 얻어가는 것이 그 사람들이 쓸 권리가 있는 전략입니다. 이것은 비난한다고 해서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전략이 어떤 결과를 몰고 왔냐면, 결국은 진보정당의 외연이 다 차단당한 것입니다. 당세가 확산될 수 없습니다.
진보정당들, 친노 비난으로 유권자 외연 차단해 중원을 다 내주고 구석에서 두 집 짓나
왜냐하면, 민노당 진보신당과 제일 가까운 지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친노 유권자입니다. 친노! 무슨 온건한 진보다, 뭐 그것 때문에 많이 비아냥하시는데. 여러분 주변을 보세요. 그래도 민노당, 진보신당이라는 진보정당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고 그래도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친노무현 성향의 리버럴한 유권자들입니다. 그런데 노무현과 이명박이 똑같다, 이렇게 계속 전략을 구사하니 이 사람들이 원한을 갖고 모욕감을 느끼게 됩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에 표 안 주고 그냥 기권해버립니다.
지난 대선 때 왜 정동영 후보가 530만 표 차이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권영길 후보의 득표가 늘지 않았느냐면, 그것은 이 유권자들이 투표를 안했기 때문입니다. 가서 정동영 후보를 찍어주지도 않았고 권영길 후보를 찍어주지도 않았습니다. 열린우리당과 정동영 후보에 대한 실망감과 동시에, 5년 내내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나 똑같다고 공격해 온 진보정당에 대한 반감과 원망도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진보정당이 자신의 외연을 완전히 차단한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구석에 국회의원 5석, 보궐선거 1석, 두 집 짓는 식으로 하면서 그 넓은 중원을 전부 다 보수정당에 내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지금까지 연대를 어렵게 한 두 번째 요인입니다.
이렇게 되니 총체적 결과로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약간 부족해서 이기지 못합니다. 진보정당은 이 두 정당을 전부다 신자유주의로 몰아놓고 구석에 칩거해서 당의 외연을 확대시키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습니다. 15년 동안 해서 지금도 5%가 안 되면 뭔가 이 전략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라고 봅니다. 좀 조심스럽습니다. 우리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에 계신 분들, 제가 좋은 뜻에서 말씀드린 것입니다.(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말을 하기만 하면 아주 나쁜 뜻으로 말한 것처럼 받아들이셔서 그 다음날 바로 반론이 나오는데, 걱정됩니다. 그냥 제가 그렇게 훌륭한 사람은 아니지만, 훌륭하지 않은 사람이 하는 말도 가끔 들을 만할 때가 있다, 그렇게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쉽게 할 수 있는 일, 굳이 어렵게 갈 이유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다들 괴롭습니다. 민주당은 야당으로서는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아갈 길이 있지만 집권할 전망이 별로 안 보여서 고민이 많습니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지금 전국선거를 치러낼 힘이 없지 않습니까, 솔직히. 15% 못 넘어가면 기탁금도 반 밖에 못 찾고 10% 안 되면 국가에 계속 돈을 넣으면서 선거해야 합니다. 15년간 워낙 고생하셨기 때문에 이제 출마할 사람들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는 곤란하다는 겁니다. 이제 좀 쉽게 갑시다,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려운 일을 쉽게 하면 안 되지만,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어렵게 갈 이유가 없다. 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