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웬 뜬금없는 소리냐고 의아해 하겠지만, 실제로 정치권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살펴본 사람이라면, 현재 우리나라에 당면과제중 가장 골때리고 황당한 문제가 바로 이 행정구역 개편 문제라는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몰랐다면.. 아마도 당신은 실질적인 정치에 관심이 있는게 아니라, 스포츠 중계 하듯이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정쟁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다. 즉, 지방선거 같은 열기 가득찬 일회성 이벤트에만 관심있는..
그러지좀 말자. 좀더 실질적인 것에 관심을 쏟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는 법이다.
비록 월드컵 중이지만, 우리 사회 환경을 크게 뒤바꿀 논의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분위기다. 바로 전국의 행정구역을 통째로 바꿔 버리는 "행정구역 개편"에 관한 논의이다.
근본적으로 이 행정구역 개편의 규모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크게 보면 중앙정부가 따로 있고, 지방자치단체가 광역.도 - 시군구 - 읍면동 이렇게 3단계로 되어 있는 것을 중앙정부와 통합광역시-동 이렇게 2단계로 줄이는 것이다. 즉, 전국을 50여개에서 100여개까지(이 분할 갯수가 핵심 쟁점중의 하나이다.)의 통합광역시로 나누고, 그 밑에는 바로 주민들의 생활권인 동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통합 광역시의 인구는 대략 70만에서 200만정도가 되고, 그 밑의 동은 기존의 동과 큰 차이가 없거나, 좀더 커지거나 하게 된다.
이런 개편안의 기조에서 본다면 몇가지 충격적인 변화의 모습이 등장하게 된다.
1. 가장 놀라운 변화는 서울, 부산 등의 광역시가 몇개의 통합광역으로 잘개 쪼개져야 된다는 점이다. 즉,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 대도시인 서울이 훨씬 작은 규모의 몇개 도시로 나뉘어 진다. 아마 현재의 구를 두세개씩 묶어서 하나의 광역으로 설정하게 될 것이다.
2. 조선왕조이래, 아니 고려시대 이래 유지되어 왔던 전국을 몇개로 나눠서 관리하던 도 개념이 사라지게 된다. 즉 도 보다 훨씬 작은 개념인 통합 광역시가 여러개 등장하면서 도는 사라진다는 것이다.
3. 지방자치단체중, 광역의회는 규모가 줄면서 남게 되지만, 기초의회는 사라진다. 즉, 서울 같으면 구의회는 없어지는 거고, 지방 같으면 시의회가 없어지게 된다. 동 단위에서는 주민자치위원회가 운영되고 그 위원장을 아마도 직선제로 선출하는 형식이 될 것이다.
4. 이러한 변화의 결과는 필연적으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지역구의 변화를 초래하고, 이 변화는 결국 우리나라의 국회 구조의 변화를 가져오고, 권력구조까지 뒤흔들게 될 것이다. 결국 개헌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게 된다는 점이다.
근데 도대체 왜 이렇게 바꾸려고 하는건데? 하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이 개편논의는 어제오늘 시작된 일이 아니다. 길게 보면 박정희 시절부터 발상이 있어왔고, 본격적인 논의는 노태우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일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왜 여지껏 조용했는지.. 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의 무관심을 탓해야 할 것이다.
꾸준히 언론에는 보도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주목을 끌 정도로 보도가 되지는 않았고, 어느세월에~ 하는 마음들이 있었던 것 같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이 문제를 위한 태스크포스까지 구성되어 학계의 연구도 꽤 진척이 되고 있었고, 통합광역 분할에 대한 A안 B안 C안 까지 나올 정도로 성과를 보이긴 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이 작업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다. 이명박의 몇번 연설에서도 이 문제가 언급된 적이 있다. 아무도 관심도 없었겠지만..
그리고 이 작업을 위한 준비단계 성격을 띤 실험도 있었다. 제주 특별자치구, 이걸 만든 이유가 바로 샘플로 통합광역시를 만들어 본 것이다. 현재 제주도는 도가 아니라 특별자치구이며, 그 아래에 있는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의회가 없다.
인구(제주의 경우 인구는 평균 통합광역의 인구보다 좀 적어서 55만 정도.. )로 보나 면적으로 보나 샘플로 만들어보는 광역의 규모로 아주 적합한 수준이기에 최초로 선정된 것이다.
거기다가 소위 마창진, 마산,창원,진주 3개 도시의 통합이 이루어졌다. 이 정도 규모가 새로운 통합 광역이 될 것이다. 성남,하남,광주의 통합은 야당의 반대(사실, 이 문제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정파적인 입장과는 좀 거리가 있다. )로 사실상 물건너 가버렸고, 경기 중부의 과천, 안양, 의왕 등의 통합 문제는 안상수의 호통 한마디로 쑥 들어가 버리기도 했다.
이 논의에 대한 보도도 여러차례 있어 왔는데, 샘플로 링크를 걸어본다.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24605.html
작년 봄에 있었던 한겨레21의 기사이다. 이 기사에 보면 용감하게도 2009년 이내에 이 행정구역개편안을 마련해서 국민투표에 붙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당연하게도 무산되었다.
좆선이라 미안한데, 걔들도 눈치 빠르게 다 알고 있고, 훈수까지 두고 있었다.
http://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0/06/2008100601512.html
2008년 가을의 기사다. 이 밖에도 이 문제 관련된 보도는 찔끔찔끔 계속 흘러 나오고 있는게 사실이다. 심지어 가카 께옵서도, 이 문제를 자주 언급하고 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090814094451이건 작년 815 연설문에서 행정구역 개편을 언급했다는 프레시안의 기사다. 차마 가카의 연설 본문을 링크는 못 걸겠다.
자.. 이 정도면 이 문제가 먼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눈치없이 발만 빠른 예언 같은게 아니고, 현실적으로 다가온 문제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카의 특성을 보건데, 임기내에 이 문제를 국민 투표에 부칠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을 다시 해보자.
우선, 도대체 왜 멀쩡한 도를 없애고 3단계를 2단계로 줄이는 건데?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맹탕이 될 수도 있지만, 현실적이고 강력한 이유가 있다. 각종 기술의 발전에 따라, 3단계의 행정구역 보다는 2단계가 본질적으로 옳고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도에 관찰사를 파견하고 고을에 현감을 파견하는 형식으로 2단계 관리가 되었다. 그 이하 단위의 마을에는 주민들의 자치기구인 향교나 뭐 그런게 있었고. 이 구조가 일제가 시작되면서 현대적으로 바뀐다고 바뀐게 3단계 구조일 뿐이다. 예를 들자면 일본의 현 개념이 있고, 영국의 디스트릭트 개념하고 유사하게 보면 된다.
근데 왜 또 하필 지금인데? 지금이 아니라니까~~ 수십년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어 이젠 더 미루기도 민망한 상태가 된 거 뿐이다. 지금이라고 느끼는건 당신의 무관심 때문.
공무원들이 반대하지 않을까? 당연히 반대할 것이다. 아무래도 공무원 숫자는 20% 정도 줄게 될거라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개편이 없더라도 공무원들의 직급체계등은 한번 대규모의 변혁을 치를 때가 되기도 했다. 또 건전한 의미에서 사회복지를 강화하려면, 해당 공무원들을 사회 복지 관련 분야로 변신시켜 진출하게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다.
주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이 있을 거 같은데..맞다.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다. 지방자치권은 보다 강화될 것이고, 주민들은 소 닭보듯, 등본 띨 때나 가는 거라고 생각하던 동사무소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할 것이다. 주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줄 만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동사무소, 아니 주민자치위원회에 모여 결의를 하고, 그게 통합광역시 의회에 상정이 되는 형태로 바뀌게 될 것이다. 즉, 어찌 보면 풀뿌리 민주주의가 더 강화될 수도 있는 장점은 있다.
근데 그게 왜 이렇게 어려운데? 그냥 확 해버리면 안되나? 물론 우리나라 스타일대로, 밀어부쳐~~ 한마디면 할 수도 있다. 영국같은 경우에 그거 하다가 개피본적 있다. 그 합리적이라는 국민성의 독일도 이거 하다가 졸지에 엄청난 수의 지역이 부도나는 경험도 해 봤다. 주민들의 역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밀어 부칠 경우 엄청난 부작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그거 해 봐야, 별 차이도 없을거 같은데.. 지역의회라고 있어봐야 뭐.... 절대 아니다. 이번에 또 발표된 내용에 의하면, 이 통합광역시에다가는 기존의 지자체가 가져갔던 행정자치권 말고도 다양한 자치권을 주려고 하는 것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사법자치권도 고려대상이라는 점이다. 즉, 미국 드라마에서나 보던 선출직 지역검사가 등장할 수도 있다. 선출직 경찰청장도 있다. 해당 지역에서 검사나 경찰을 뽑게 된다. 중앙 검찰청이나 중앙 경찰은 FBI처럼 지자체를 넘나드는 범죄만 상대하게 되고 지역의 치안은 지역경찰이 전담하게 된다. 거기다가 교육자치권, 소방자치권등이 주어질 수 있다. 이 모든 것의 기반은 물론 그 지역의 재정수입에 달려 있긴 하지만, 다양한 국세들을 지방세로 전환시켜 주면 어차피 마찬가지가 된다. 지역이 직접 세금 걷어서 쓰나.. 국세를 걷은 중앙 정부가 교부금을 내려주거나...문제의 핵심은 지방 정부가 그런 업무들을 과연 효율적으로 해 낼 역량이 되는가 하는 것 뿐이다.
정치적인 문제는 없을까? 물론 있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가장 큰 문제가 되는것은 지역구 개편이다. 물론 초반에는 기존의 지역구를 그대로 가져가도 된다. 어차피 통합광역시 안에 몇개의 지역구가 있을 것이고, 그대로 선거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광역 단위의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의 맹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의회의 거물들이 이 문제에 대해 아주 기겁을 하면서 겁을 먹고 있고, 사력을 다해 저지하기도 하고 그러는 중이다.
거기다가 이렇게 변화가 시작되면 바로 나오는 얘기가 선거제도의 개편이 된다. 비례대표제의 개편, 결선투표제의 도입등이 화두가 될 수도 있다. 나아가서는 현재의 단원제를 폐지하고 양원제로 나갈 수도 있다. 실제로 각 광역을 대표하는 상원의원들을 한명씩 뽑아서 상원을 구성하고, 그 상원에는 국방과 외교등의 국가적인 문제를 맡기고, 광역내의 지역구들에서는 하원을 뽑아, 실질적인 국내 문제를 맡기는 식으로 나뉠 수도 있다.
이런 변화가 수반된다면, 기존의 지역구도에 따른 기대이익은 철저하게 분쇄가 되어서 지역감정이 사라질 수도 있다. 아니면 반대로, 각 지역 광역간의 결합에 따라 더 강력한 지역주의가 발호할 가능성도 있다. 어찌되었든 변화라는 것은 언제나 좋은 방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야말로 완전 아싸리 판이 되어서 첨부터 새로짜는 개념의 변화가 된다는 얘기다. 이거 조낸 살벌한 스토리가 된다. 지금 한나라당 내의 논의기구에서 만든 행정구역 개편안이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문제 때문이다.
결국 해결책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논의에 참여하는 수 밖에 없다. 입벌리고 축구만 보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최악과 차악을 놓고 국민투표하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는게 싫다면 힘들더라도 미리미리 관심을 가져야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얘기하기 조심스럽지만 이 점을 분명히 언급을 하고 넘어가야 될 것이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이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궁극적인 목표중의 하나가.. 어쩌면 제일 중요한 목표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이 형태의 개편이 되면 사실상 지역별, 즉 통합 광역시를 기본 단위로 하는 지역연방 형태의 국가가 되는데, 이 지역연방 형태의 국가로 변신하는 것이 바로 남북 통일의 기초작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도 지역연방으로, 북도 지역연방으로 변화하고 나서, 연방간에 서서히 통합 작업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남의 파주광역이나, 양구광역 등은 북연방에도 포함되고, 북의 개성광역이나 금강산 광역등이 남연방에도 포함되는 식으로 말이다.
나아가서 남북 전체의 광역들이 통합 연방체를 구성하게 된다면 그게 바로 남북통일이 된다. 공상같지?
하여간 우리 세대는 조낸 힘들다. 87년 체제를 만들고 나서 이젠 좀 살만하다 싶었던게 엊그제 같은데, 그 체제 자체가 가카라는 희대의 괴물을 만나 처절하게 깨지고나니, 이제 87년 체제의 종식을 얘기하면서 근본적인 국가 형태의 변화를 위해 또 노력해야 되는 비극을 맞이했다. 힘들더라도 할 수 없다. 그게 바로 당신과 내가 이 땅에 태어난 숙명으로 인해 짊어져야 하는 책임인 것이다.
모든 딴지스들의 관심과 노력을 촉구하는 바이다.
싫음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