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심상정 새진보통합연대 공동대표는 21일 저녁 한 자리에 모여 진보통합을 앞둔 각자의 솔직한 마음을 기탄없이 털어놓았다. 세 사람의 만남은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 1층 국제회의장에서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 특별공개방송을 통해 이루어졌다.
먼저 이정희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국민참여당 당원들에게 “참 오래 기다리셨다”면서 “우리가 오래 기다리게 했지만, 기다림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깊이 생각하고, 토론하면서 하나가 되고자하는 열망이 강하다는 것을 나누었다”고 말했다.
심상정 공동대표는 진보통합을 선언하기까지의 기간을 여성의 임신기간에 빗대어 “우리가 사랑의 씨앗을 만들고 10개월 만에 출산을 하는데, 출산할 때 보면 초반에 입덧을 한다. 5,6개월이 되면 유산의 위기도 있다. 그러다가 또 8,9개월이 되면 임신중독증세가 있다”면서 “그리고야 우리가 옥동자를 낳는다”고 말해 그간의 과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유시민 "오래 꿈꿔온 일들을 할 수 있다는 설렘, 얼마만인지"
유시민 대표는 “새로운 동지들을 만나서 오랫동안 꿈꿔온 일들을 할 수 있다는 설렘을 얼마만에 느끼는지 모른다”면서 “겪어보시면 듣던 것보다 훨씬 괜찮다는 것을 느낄 것”이라며 “다들 조금 부족한대로 친구가 되고, 조금씩 다른 대로 동지가 되기로 했다. 한 달 뒤 창당대회에서 당원동지라고 부르면서 껴안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소망했다.
‘우리 만난 적이 있나요?’란 토크쇼의 첫 번째 주제에 대해 유시민 대표는 34년 전 한강 다리 위에서 심상정 대표를 처음 만났던 장면을 떠올리며 “학생회 지도부를 욕하던 예쁘장한 여학생”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우리 셋은 1987년 명동성당 옆 길거리 어디선가 마주쳤을지 모른다”며 “세 당은 어떻게 보면 각각 술자리에 마주앉으면 이런 기억들이 있는 사이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항상 다른 정당 손빌리는 것 속상했다"
심상정 "진보, 책임질 수 있는 힘 없으면 사랑받기 힘들어"
진보통합을 추진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이정희 대표는“우리가 굉장히 노력해서 변화시키고 싶은 현실이 있는데 하나, 하나를 하기위해 항상 다른 정당의 손을 빌려야할까라는 생각에 속상했다”면서 “그래서 친구가 되고 싶다는 분들과 모이면 힘을 실어주겠다는 시민들과 함께 이 길을 가려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대표는 “정치는 권력을 사용해서 바꾸는 것이기에 수단을 갖지 못하면, 책임질 수 있는 힘이 없으면 사랑받기 힘들다는 단순한 진리를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유시민 대표는“현대정치의 권력이라는 것은 결국 대중의 사랑과 지지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우리가 불렀던 노래들이 정말 대중에게 다가설 수 있는 것인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통합진보정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유시민 대표는 “자리다툼 같은 것을 하면 안 된다. 합치는 과정에서 당 안에서 접시 깨지는 소리가 나서는 절대 안 될 거 같다”고 말했고, 심상정 대표는 “진보정당을 두고 ‘나의 욕망을 거세한다’는 평가가 있었다. 진보정당이 지금까지는 너무 희생과 헌신을 강조했다. 앞으로는 신나고 발랄하고 재밌게 진보정당을 발전시키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이 어떤 당이 됐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이정희 대표는 “내가 들어가서 참여할 수 있는 당, 의견을 모으면 현실이 되는 당. 폭넓고 힘있는 진보정당”을 꼽았고, 심상정 대표는 “20대가 믿고 의지하는 당, 아줌마들이 텀벙 빠지고 싶은 당”을 들었다. 유시민 대표는 이어 “오빠들도 같이 올 수 있는 당이 되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청취자와 청중이 세사람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되자 다채로운 질문들이 쏟아졌다.
국민참여당의 모습 중 가장 탐났던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정희 대표는 “활달하다. 분출하는 활력이 느껴진다”며 “어디서나 격이 없고, 잘 어울릴 것 같은 분위기”라고 답했다.
'애정녀' 이정희 "한 번 손잡으면 안헤어지는 정당 하고 싶다"
이정희 대표는 진보통합이 야권연대를 염두에 두는 것인지 그 자체가 종점인지에 대한 질문에 “다가오는 총선에서 야권단일화는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먼저 한 번 손잡으면 안 헤어지는 정당을 하고 싶다. 그래서 또 다른 단계에서 더 커지면 연대 말고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애정녀(애매한 걸 정해주는 여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국민참여당과 새진보통합연대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서 심상정 대표는 “공통점은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데 자유롭다. 차이점은 당이 다르다는 점”이라며 “지난 시절 진보신당의 공식적인 주장에서 참여당과 통합문제에 대해 섭섭한 말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역단위에서는 통합을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서로 조금씩 부족한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정희 대표가 “저는 못 논다. 당원들은 노는데 저는 그 자질을 죽이는 당대표”라고 말하자 유시민 대표는 “노는 건 저한테 맡겨달라. 통합을 하면 당의 오락부장만큼은 참여당이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친구로서 유시민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심상정 대표는 “밥을 잘 안 산다”고 대답해, 유시민 대표의 검소함(?)을 폭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깊이 반성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마지막 인사말에서 심상정 대표는 “노동의 가치를 대변하는 진보정당을 통해 권력을 잡을 수 있는 그런 나라의 꿈을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의 이름으로 꼭 이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정희 대표는 “이제 마지막 하나를 남겨두고 있다. 당대표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당원 여러분들이 해주셔야 마무리되는 것”이라며 11월 27일 민주노동당 대의원 대회와 12월 4일 국민참여당 전당원대회를 통해 진보통합이 완수되기를 소망했다.
국민참여당 당원 "심상정 대표님, 함께 사람사는 세상 만들어요"
‘뮬란’이라는 닉네임의 한 청취자는 방송 채팅창을 통해 심상정 대표에게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 때 눈물 흘리는 모습보고 가슴아팠던 국민참여당 당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동지라고 불러주시니 참 고맙습니다. 함께 사람사는 세상 만들어요”라는 말을 남겨 청중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이 날 행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가운데 시종일관 웃음이 터지면서 진행되었다.
행사의 마무리는 빅뱅의 ‘붉은 노을’과‘SUNNY’라는 팝송에 맞춘 플래시몹 댄스였다. 국민참여당의 당직자들이 무대로 올라가 준비된 춤을 추자 세 사람 역시 일어나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추었다. 진보통합의 앞날을 기대하게 만드는 따뜻한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