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엔 뭔 바람이었는지, 잘 몰랐던 'Air Supply'를 밤새 들었다. 며칠 전 라디오에서 들었던 'Here I am'에 꽂혀서 찾다 보니 그 유명한 'without you'도 그들인 것을 알았다. 남들이 팝에 관심을 두고 LP를, 카셋트를 모으던 시절에 난 뭐하고 살았는지 모른다, 알량한 공부만 했었는지도 모르지.
그 탓인지 아침엔 기분이 다소 가라앉아 있었다. 출근 후 바빴다면 다시 활기를 되찾았을 텐데 늘상 그렇듯, 바빴던 월요일의 뒷날인 화요일은 한가하다. 간밤의 감성 속에서 헤어나지 못해 테이크 아웃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음악이나 들어야겠다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러다 인터넷 포털을 연 순간, 검색어 상위에 떠 있는 '유시민 정계 은퇴'를 보고야 말았다.
별 느낌이 없었다. 그저 약간의 '깜놀' 이라 표현할 수 있는 정도??? 담담히 기사를 클릭해 읽었다. 그리고 참으로 오래만에 시민광장을 찾았다. 로그인 하려는데 비번이 생각나지 않았다. 기억을 더듬었고 예전의 습관에 의지해 손가락이 가는 대로 입력했더니 다행히 로긴이 되었다. 회원게시판엔 벌써 여러 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준마님 글을 읽으면서 약간 뭉클해졌다. 일터에 늘상 켜 놓는 라디오에선 바비킴의 '사랑...그 놈'이 애처롭게 사랑을 부르고 있었다.
사랑해 널 사랑해 목이 메여 불러도 너는 듣지 못할 그 한 마디 고개 떨구며 사랑 앞에 난 또 서 있다 사랑해 널 사랑해 제 멋대로 왔다가 자기 마음대로 떠나가고 왔을때 처럼 아무말도 없이 떠나가도 모른척해도 날 잊는대도 사랑은 다시 또 온다
그렇다. 사랑은 다시 또 올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 때 유행하던 말이 '주어가 없다'였었는데 첨맘님 선언엔 '수식어가 없다/기한이 없다'고 하면 안되려나? '영원히'라거나 '앞으로 다시는'이라거나 하는 말은 없잖은가? 이건 '한시적 은퇴'라고 편하게 생각하면 된다. ㅎㅎㅎ, 이건 나를 위한 위안일까? 아니다, 가까이 있는 누군가도 허탈하다는데 나는 전혀 허탈한 맘이 없다. 허탈해 하실 모든 분들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군들, 지난 독재를 지독하게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그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된 이 나라에 살고 싶은 맘이 있겠는가? 하물며 그 치하에서 정치를 하고 싶겠는가? 차라리 잠시 소나기 피하는 심정으로 비껴나 있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마저도 든다. 상식이 통하고 합리적인 주장이 들어 먹히는 나라여야 야당할 맛도 나는 건데 과연... 과연 그게 가능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첨맘님의 선언이 전혀 슬프지도 않고 허탈하지도 않고 오히려 환영하는 바이다(비겁하다고 돌 던질 사람은 던지시옷!). 정치를 안 해도 첨맘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그걸 생각하니 오히려 설렌다. 봉사 활동도 하고, 저작 활동과 관련된 이벤트도 하고, 재밌게 놀고... 너무 심각하지 않게 말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5년의 암흑기를 어떻게 꿀꿀하지 않게 견뎌내겠는가?
난 생각한다. 사람의 그 어떤 노력도 '운명'을 당할 순 없다고. 그러기에 운명을 믿는다. 운명이 앞 길을 만들어 준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 누구도 우리의, 첨맘님의 앞 길은 알 수 없다. 여기가, 이 지점이 끝이 아니란 걸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