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 : 저한테는 저술가 유시민이 먼저 떠오릅니다. 저는 사실 2003년 이후의 유시민 전 장관이 저에게는
조금 낯설어요.
그런데『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으면서 작가 일 때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솔직히 말씀 드리면
반가웠어요. 저같이 말하는 사람들도 있나요?
유시민 : 그럼요. 정치권의 트러블 메이커 하나가 사라지고 대신에 괜찮은 글쟁이 하나가 돌아왔다
그렇게 얘기하는 분들도 있어요.(웃음)
이현 : 제가 글을 얼마나 잘 쓰시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대도 되고요. 그리고 소설을 쓰신 적도 있고요.
언젠가 장편 소설을 쓰실 것 같기도…

이현 :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친구의 기준은?
유시민 : 그냥 같이 있으면 좋은 사람. 누구든.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많던 적든. 같이 있으면 편안한 사람. 그게 친구예요.
이현 : 제 예상보다 소박하지만 정곡을 찔리는 듯한.
유시민 : 계산 안 해도 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줘도 되고. 그 사람이 어떤 모습을 보이든 평가할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이렇게 할 수 있는 관계. 그게 진짜 친구 아닐까? 사람은 잘 안 변해요.
저 사람이 나중에 달라질지 몰라 그런 생각을 하면 안되고. 지금 봐서 편안하면 계속 편안할 가능성이 많아요.
지금 불편하면 그게 잘 풀리기가 어려워요. 인정을 해야 해요. 나도 잘 안 바뀐다는 것. 그리고 잘 안 바뀌면서
나하고 잘 안 맞는 사람하고 자꾸 부딪히면 나도 불편할 뿐만 아니라 그 사람에게도 불편을 주는 거니깐.
이 짧은 인생의 시간들을 불편한 관계 속에서 보낸다는 것은 안 좋은 일이잖아요.

"내가 그날 봉하에 도착해 짐 정리를 도와 드리고 떠날 때쯤 대통령께서 차를 한잔 권하면서 이렇게 물었다.
자네는 내가 예정에도 없이 사람들을 부르고 또 예고 없이 찾아온 손님들도 많았는데 어떻게
그 많은 음식을 준비할 수 있었나. 나는 그분의 감사한 마음에 뿌듯함을 느끼며 속으로 빙그레 웃었다.
그 말 한마디에 지난 5년 동안 지고 있던 세월의 무게를 다 내려놓은 듯이 가뿐한 마음이 들었다.
꽃피는 봄날 봉하에 가족들과 함께 다녀가라는 대통령 말씀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던 나의 약속, 우리의 약속.
나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그 해 대통령은 홀연히 우리의 곁을 떠났다. 지금도 신부장,
신부장 하시던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렇게 봄은 오고 5월은 또 오는데 지금 그분이 없다.
내 인생 최고의 고객이었던 그가 없다. 그분이 지금 내 곁에 없다. 그가 그립다."
허희 : 이 마지막 문장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 되었거든요. 이 책의 많은 글들이 다 좋지만 그 중에서도
이 마지막 문장 '그가 그립다'라는 짧은 문장이 갖고 있는 울림이 굉장히 큰 거 같아요.
이현 : 그분이 가졌던 어떤 직위라든지 지위라든지 그런 것을 떠나서 한 사람으로서 어떤 면을
가진 분이었는지를 가장 가까이 근처에서 본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는 것. 그리고 다른 엄청난 수사가 아니라
'그가 그립다'라고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 그렇게 기억되는 사람은 인생을 잘 산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본문은 오디오에서 발취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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