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쇠가 유시민에게 반한 날.
2003. 4. 29. 오후 국회 본회의장.
닷새 전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3인의 국회의원이 의원선서를 하기 위해
발언대에 나왔을 때다.
한나라당 의석에서
갑자기 야유와 고성이 터져 나왔다.
“저게 뭐야!” “퇴장해, 퇴장.”
유시민 당시 개혁국민정당 의원이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흰색 면바지에 회색 라운드 티셔츠,
남색 재킷을 입고 등장한 것이다.
민주당 쪽에서도
“탁구 치러 왔냐. 국민에 대한 예의가 없다”
는 고함이 나왔다.
"저런 옷차림으로 국회를 무시한 사람에게
의원 선서를 받을 수 없다"며
한나라당 의원 30여명이 집단 퇴장하고,
여야 수석부총무는 협의에 나서고,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양심의 문제이니 타협 대상이 아니다"
라며 만류하고,
급기야 국회의원 선서는 다음날로 미뤄졌다.
이튿날 그는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나와
무사히 의원선서를 마쳤지만,
이 ‘빽바지 소동’은 ‘싸가지 없는 진보’의 이미지가
훗날 폭발적으로 유통되게 만들었다.
옷차림 문제만이라면 정치권의 권위주의적 문화를
보여주는 에피소드에 그칠 수 있었지만,
이후 숱하게 논란이 된 그의 차갑고 날 선 언어는
한 젊고 유능한 정치인을 ‘빽바지 입은 싸가지’의
이미지로 박제해 버렸다.
그 '빽바지 입은 싸가지'가 지금은
부드러운 이미지, 유머스러한 표정,
뛰어난 지식과 언변으로 대중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있다.
형식과 권위에 사로잡혀 있었던 국회의원들과
겉모습만 보고 언론이 떠드는 대로 믿는 대중들의
편견과 오만이 얼마나 잘못된 것임을 그대로
보여주었던 유시민.
역시, 멋진 사내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 <오만과 편견> 중에서